고희맞아 자서전 펴낸 '신춘호' 농심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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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호(辛春浩.70.사진) 농심 회장이 자신의 맏형인 신격호(辛格浩.77)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의 독립과정과 성공담, 자신의 경영철학 등을 담은 자서전 '哲學을 가진 쟁이는 幸福하다' 를 펴냈다.

辛회장은 지난19일 고희(古稀)를 맞아 임직원과 가족.친구 등 1백50여 명을 대방동 사옥으로 초청, 출판기념회를 겸한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辛회장은 자서전에서 지난 60년대초 "한국과 일본은 여러모로 사정이 다르다" 는 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기로 롯데공업주식회사(농심의 전신)를 창업, 35년간 숱한 어려움 속에 라면과 스낵 분야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소고기라면.인스턴트 짜장면.너구리.안성탕면.신라면 등이 고비 때마다 히트해 현재의 농심을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들 히트상품은 자주 왕래하던 일본에서 주로 힌트를 얻어 만들어냈지만,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품도 많았다고 자부했다.

이 가운데 인스턴트 짜장면은 자금난으로 부산공장을 매각하기 직전에 히트해 회사를 구해 낸 효자상품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6년에는 50개들이 라면 박스마다 껌.담배.탁상시계 등을 경품으로 넣는 판촉 마케팅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辛회장은 또 라면사업 외에 일본의 마쓰시타 전기와의 TV합작공장, 시계조립, 향료사업 등을 추진하다 실패한 경험도 자서전에서 담담하게 밝혔다.

한편 辛회장은 식품업계에 대한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규제' 를 없애기 위해 발벗고 나서 싸운 얘기도 썼다.

'辛라면' 의 이름을 지을 때 식품위생법상 '상품의 표시는 한글로 해야 하고 외국어를 병기하고자 할 때는 한글보다 크게 할 수 없다' 는 불합리한 규정을 지난 88년 개정토록 관철했다는 것. '지난 89년 '우지 파동' 때는 기술개발연구소.홍보실 등을 동원해 경쟁사를 적극 측면 지원했다고도 밝혔다.

기업경영과 관련해서는 "나는 회사에서 발행하는 수표에 내손으로 도장 한번 찍어본 적이 없다" 며 "아래 사람에게 믿고 맡기니까 더 잘하더라"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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