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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중국 때리자” … 브라질 유혹하는 가이트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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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티머시 가이트너(사진 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브라질 꼬시기’에 나섰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대해 공동전선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남미 방문에 앞서 7일(현지시간) 하루 일정으로 브라질을 찾은 가이트너는 중국을 상대로 한 환율 압박에 브라질이 공조해야 할 이유를 역설했다.

 가이트너는 헤알화 강세에 속 끓는 브라질을 달래면서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인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상파울루 언론-경제인 간담회에서 그는 “단기 해외자본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도 브라질은 환율을 실용적으로 관리해왔다”며 “브라질에 자본 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철저한 환율 통제로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려는 다른 신흥국의 정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놓고 말만 안 했지 ‘다른 신흥국’은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어 그는 “다른 무역국이 유연한 환율정책을 펼친다면 브라질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율 전쟁에 브라질을 끌어들이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브라질은 그동안 브릭스(BRICs)라는 틀에서 중국 쪽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은 헤알화 급등과 과도한 자본유입의 원인으로 미국을 지목했다.

선진국의 양적 완화가 신흥국의 통화 강세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사이의 공조를 중시해 ‘남남동맹’을 고려한 무역정책을 추구했다. 지난해 환율 전쟁 당시 미국과 브라질은 ‘선진국 대 신흥국’으로 입장을 달리하며 각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달 ‘실용좌파’를 표방한 지우마 호세프(사진 오른쪽) 대통령이 취임한 뒤 브라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의 톤을 낮추면서 중국의 위안화 통제가 세계 무역을 왜곡하고 있다며 중국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브라질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미국은 최근 재무부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 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했다. 하지만 미국은 브라질이란 우군을 끌어들여 중국을 압박하는 우회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국제사회의 지지를 통한 다자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러브콜에 브라질도 화답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브라질 환율정책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의 방문기간에 글로벌 불균형과 중국 위안화 저평가에 대한 ‘공개선언’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중국에 날을 세우는 것은 중국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탓이다. 지난 2년 동안 달러화에 대한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40% 상승하면서 중국산 공산품 가격이 브라질 국내산보다 싸졌다. 그 결과 수출 경쟁력은 악화되고 국내 제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교역국이 된 것도 부담이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남미 이니셔티브 책임자인 마우리코 카르데나스는 FT에 “브라질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가 중남미의 다른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국에 브라질만 한 맹방은 없다”며 “브라질이 국제경제 이슈, 특히 위안화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는 데 미국이 감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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