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 악플 꺼려 게시판 막은 뮤지컬 ‘미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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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러스트=강일구]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뮤지컬 ‘미션’.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단독 판매 중이다. VIP석 20만원, R석 15만원 등 기존 대형 뮤지컬보다 30% 이상 비싸다. 아무리 보고 싶더라도 이 정도 가격이면 주저하게 된다. 이럴 때 참고하는 게 이미 본 사람들의 평가다. 인터파크엔 작품마다 ‘공연게시판’이라는 관객 리뷰 코너가 있다. 상당수 관객이 이 게시판을 관람 여부의 잣대로 활용한다. 제작사로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7일 현재 뮤지컬 ‘미션’의 인터파크 공연게시판은 닫혀있다. 글을 남길 수도, 이미 올려진 글을 볼 수도 없다. ‘공연게시판 폐쇄’는 전례가 거의 없는 극단적인 조치다. “종교적인 논쟁과 수십 건의 중복 게재로 잠정 폐쇄한다”라는 고지가 떠 있다.

 제작사와 인터파크 측에 문의하니 “5일 오후 닫았다. 2명의 네티즌이 지나치게 악의적인 글을 너무 많이 올렸고, 그 와중에 특정 종교를 비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불가피하게 게시판을 잠정 폐쇄했다”고 밝혔다. 과연 이런 이유뿐일까.

 ‘미션’은 개막 직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원작이 된 동명 영화에 대한 향수, ‘넬라 판타지아’로 새삼 환기된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120억여 원을 들여 만든 이탈리아 뮤지컬의 세계 초연 등이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막이 오르자 ‘역대 최악의 공연’ 투의 혹평이 쏟아졌다. 인터파크 관람평 10개 중 9개가 비판 일색이었다. “환불해 달라”는 항의도 폭주했다. 자연히 판매량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기자는 3일 ‘미션’을 관람했다. 무대는 나름 웅장했고, 몇몇 음악은 아련했다. 하지만 일부 배우는 수준 이하의 노래와 연기력을 보였고, 덜컹거리는 무대 전환은 몰입을 방해했다. 내내 불안했고 민망했다. 오케스트라 없이 녹음 음악만으로 공연됐는데, 몇 장면에선 앙상블이 립씽크까지 했다. 왜 관객들의 원성을 사는지 100% 이해됐다.

 종교 논쟁 등을 이유로 공연게시판을 닫는다는 말, 솔직히 믿기 힘들다. 명예훼손을 일으킬만한 내용이라면 해당 글을 삭제하거나 아이디를 차단하면 된다. 악평이 이어지고 티켓 판매가 급감하니 허겁지겁 게시판을 폐쇄한 건 아닐까. 나쁜 여론을 차단하려는 제작사와 인터파크의 계산일 게다. 그런데 이런 꼼수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트위터와 각종 포털 사이트엔 “게시판 닫는다고 공연이 달라지냐”는 비아냥이 적지 않다.

 또 한 가지 의문점. ‘미션’은 당초 지난해 6월 공연 예정이었다. 개막 2주를 남기고 느닷없이 취소됐다. 신생 제작사와 관련된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았고, 세종문화회관은 50일 가량을 비워둬야 했다. 이런 문제를 일으킨 공연에 8개월 만에 또 극장을 내준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다시 대관을 해주었다”고 답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려는 기획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 그런데 세종문화회관은 왜 이토록 검증이 부족했던 ‘미션’에 관대했을까. 이래저래 의문투성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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