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제주 지켜라” 설 앞두고 방역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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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 …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직원들이 제주항에서 목포발 카페리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29일 오후 2시20분 제주항 제6부두. 카페리 ‘퀸메리호’(9600t급)에서 줄지어 빠져나온 차량을 방역요원들이 세웠다. 목포에서 출발한 카페리였다. 방역요원들은 차량마다 문을 열고 운전석과 조수석 발판에 스프레이로 소독약을 뿌렸다. 여행객 김주숙(38·전북 고창군)씨는 “육지보다 훨씬 철저해 긴장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화물차의 짐칸은 반드시 열어야 한다. 방역요원들이 샅샅이 살펴본다.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 직원 전근일(45)씨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오리고기가 들어오지 않나 검사하고 있다”며 “어제는 두 건을 적발해 현장에서 폐기처분 했다”고 말했다.

 ‘청정의 섬, 제주를 지켜라’.

공항도 … 제주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이 에어 샤워 및 살균 장비를 통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설을 앞둔 제주도는 지금 초비상이다.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과 관련해서 그렇다. 육지에서 항공기를 이용해 제주도를 찾는 사람은 많게는 하루 1만9000명. 한 명도 빠짐없이 소독약물 발판을 지나고 에어 샤워를 해야 공항 보안구역을 벗어날 수 있다. 3대의 수하물 컨베이어마다 자외선 살균기가 설치돼 짐 에 묻을 수 있는 병원균을 소독한다. 이 같은 철통 방역 시스템은 전국 공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김익천(47) 동물위생시험소 방역위생과장은 “축산 청정 국가인 호주보다 더 철저하게 방역과 검역을 하는데, 육지에서 구제역·AI가 발생한 후 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육지에서 들어오는 모든 고기는 물론이고 가공품도 열 처리된 것을 빼고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선박을 이용해 들어오는 택배 차량 속의 설 선물까지 송장을 점검해 들춰낸다. 이런 노력에도 안심이 안 돼 제주도는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29일에는 소 3만2000여 마리에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접종했다. 30일에는 새끼를 밴 어미를 제외한 43만5000마리의 돼지와 809마리 사슴, 675마리 염소에도 예방 백신을 놓았다. 이성래 동물방역담당은 “1999년 이후 지켜 온 3대 축종(돼지·소·닭) 청정지역을 포기하자니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만의 하나 구제역이 유입되면 좁은 섬 안에서 단기간에 번지고,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손실이 너무 커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광객이 몰리는 올레길도 축산 농가와 가까운 곳은 폐쇄했다.

 손용조(68) 대한양돈협회 제주도지회장은 “설 명절 때 육지에서의 귀성은 물론 도민들의 육지 나들이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전남에서 첫 구제역 의심 신고=구제역 청정지역인 전남에서 첫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전남도는 장성군 장성읍의 한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농가에서 사육하는 암소 2마리의 젖꼭지가 부어 오르고, 송아지는 코 부분에 수포가 형성되고 설사증세를 보였다.

제주도 글=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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