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이제 서민 반찬은 고등어 아닌 오징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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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의 어획량도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획량의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 어종은 오징어와 고등어다.

 오징어는 해마다 10∼12월에 가장 많이 잡혔다가 이듬해 1월이 되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부산공동어시장의 경우 2009년 12월 오징어 거래량은 1만2531t을 기록했으나 2010년 1월엔 2608t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오징어 어획량 변화에서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12월 거래량은 5407t에 그쳤지만 올 들어 26일 현재 4976t을 기록할 정도로 때 아닌 성어기를 맞고 있다. 이상기후로 부산과 대마도 중간 수역에 지난해 말부터 새롭게 오징어 어군이 형성된 것이다. 오징어 가격도 좋다. 1년 전에는 ㎏당 2000원 정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2월 5000원까지 치솟은 후 여전히 4000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민생선이라는 고등어(사진)는 ‘금등어’ 대접을 받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고등어(일반고등어+망치고등) 어획량은 9만9175t이었다. 2008년 19만456t, 2009년 17만5329t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잡힌 고등어의 70%는 크기가 작아 통조림 수출용이나 사료용으로 쓰이는 ‘갈고’(300g)였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소고’(30~35㎝·500g)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정산과 조기명씨는 “지난해 12월 고등어 어획량은 1년 전의 29%, 거래액은 40%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고등어 어획량이 줄어든 것은 고등어 회유경로인 우리나라 서해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1~2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보통 고등어는 가을에 서해로 올라갔다가 겨울을 보낸 뒤 지금쯤 제주도 남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올해는 수온이 낮아 고등어 떼가 남쪽에서 늦게 올라왔고, 빨리 남쪽으로 내려갔다. 고등어는 대표적인 난류성 어류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수경 박사는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가 한파로 낮아진 수온을 피해 남쪽으로 가버린 뒤 어선들이 고등어 대신 오징어를 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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