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여파 … 설 귀성 고속도로 뻥 뚫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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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에서 26일 이번 설에 귀향을 자제해달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울산=뉴시스]

“이번 설 명절(2월 2∼4일)에는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께 세배를 드려야 하지만 구제역 예방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시니 어쩔 수 없죠.”

 경기도 부천시에서 건축업을 하는 김진수(30·소사구 소사본동)씨는 설을 앞두고 아쉽다. 외아들인 김씨는 올해로 10년째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명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고향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김씨의 고향은 충남 홍성군 금마면 가산리. 이 마을 주민들은 10일부터 마을 입구를 봉쇄했다. 자체 방역단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마을(35가구)에서 사육 중인 소 200마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주민들은 외지에 사는 자녀들에게는 설 때 오지 말라고 전했다. 김씨도 최근 아버지 김영팔(51)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손자를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설 때 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아버지 김씨는 “이번 명절에는 자녀의 고향 방문이 거의 없어 평상시와 다름없는 쓸쓸한 시골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고 했다.

 구제역이 ‘민족의 대이동’을 막을 전망이다.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달 초에 올해 설 연휴 동안 3137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의 8000가구를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지금은 예상치를 수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도 귀성 자제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실제 이동 인원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맹 장관은 “많은 국민이 이동하는 설 연휴는 구제역 확산 차단에 중대 고비가 되는 만큼 국민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홍성군, 경기도 이천시와 경북 경산·김천시도 협조문을 통해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김상도 국토해양부 종합교통대책과장은 “구제역이 워낙 확산해 올해 귀성객은 예년보다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설을 쇠기 위해 서울에서 고향 부산을 찾을 김모(38)씨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승용차를 몰고 갈 예정인데 구제역 때문에 귀성객이 줄면 고속도로 소통이 원활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방현·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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