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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노란잠수함 (Yellow Submarine)

중앙일보

입력

해저 4십만킬로 아래의 평화로운 페퍼랜드(후추나라)에 블루 매니족의 공격이 시작된다.
이유는 한가지, 페퍼랜드의 음악이 매니족 족장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방어수단도 가지지 못한 페퍼랜드의 시민들은 블루 매니족의 날아다니는 장갑과 폭탄, 사과 세례를 받고는 모두 푸른 모습으로 얼어버리고 만다. 시장의 명을 받은 유일한 생존자 프레드는 노란잠수함을 타고 영국의 비틀즈를 데리러 가지만, 이들이 페퍼랜드를 다시 구할수 있을지.

비틀즈의 가장 중요한 앨범중의 하나인 1967작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서 영감받았으며 그외에 두개의 이전앨범 (Rubber Soul과 Revolver) 및 4개의 신곡들과 함께 제작된 90분짜리 비틀즈의 〈노란잠수함〉 (Yellow Submarine)은 이듬해인 1968년, 영국을 비롯한 유럽지역과 미국서 개봉되어 흥행에도 성공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최근엔 디지털 리매스터링이 되어 년초에 영국과 미국서 재개봉되기도 하였다.

감독은 죠지 더닝이 담당했으며, 다른 4명의 작가와 함께 러브스토리의 작가 에눕 시걸은 짧은기간이나마 이 작품의 대본에 참여하기도 했다. 실제 비틀즈 멤버들이 성우로서 참여한 것은 아니나 〈노란잠수함〉 프로젝트 초창기, 자신들의 캐릭터에 대한 애니메이션제작에 대하여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그들이지만 작품의 완성된 초안을 보고 너무 매력을 느낀 나머지 〈노란잠수함〉의 마지막 부분의 실사부분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실질적인 작품의 감독이라고도 볼수있는 독일의 디자이너인 하인쯔 아이델만은 〈노란잠수함〉을 만들기 위하여 비틀즈의 실제 행동양식까지 연구하였다.
일례로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그리고 죠지 해리슨의 걸음걸이는 초당 32프레임, 멤버중 가장 작은 링고 스타의 경우 초당 24프레임으로 움직임을 그렸으며, 그들의 동작의 경우 존은 쇼맨, 폴의 경우 자신만만한 회사임원 그리고 죠지는 카우보이의 그것으로부터 착안하였다고 전한다.
각자의 캐릭터도 폴은 모짜르트로부터, 죠지의 경우 명상에 잠긴 인도철학자로부터 끌어다 사용하였으며 그리고 심지어 존의 경우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로부터 변화되도록 그리고 있다.

작품을 보고있노라면 프랑스의 르네 랄로의 1973년작인 FANTASTIC PLANET의 그림체와 비슷한 느낌마저 드는데, 줄거리에 있어서도 FANTASTIC PLANET의 정치적 비유를 제외한다면 트라그족과 옴족간의 대결구도가 공존공생으로 결말지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란잠수함〉에서도 블루 매니족과 페퍼랜드간의 전쟁이 비틀즈 음악의 도움으로 인하여 서로 화합하는 결말을 취하고있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샤갈의 그림과 비교하기도 했으며 제작스텝 역시 파카소적 느낌이 들도록 작품을 그려나갔다고 밝히고 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몬로〉과 같은 팝아트적 장면들도 등장하며 60년대 문화의 하나의 경향이기도 한 사이키델릭한 장면들과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보는 듯한 장면들도 이 작품에서 어렵지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제작노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노란잠수함〉은 〈해저 2만리〉나 〈오딧세이〉,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걸리버 여행기〉 등과 기본적인 줄거리에 있어서 맥락을 같이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세한 장면묘사를 하고있다.
이것은 괴물의 바다 (Sea of Monsters)에서 무엇이든지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존재인 흡입괴물(Sucker)이 노란잠수함을 비롯한 모든것들을 빨아당긴후 자신이 속한 프레임도 흡수하고 심지어는 자기자신마저 빨아당겨서 프레임을 하얗게 남겨둔다던지, 구멍의 바다 (Sea of Holes)에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수많은 구멍들중의 하나를 링고 스타가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와서는 페퍼렌드의 또하나의 비틀즈를 가두어 두었던 푸른 유리를 그 검은 구명을 이용하여 없애버리는 장면, 역시 괴물의 바다에서 노란잠수함을 공격하던 거대한 장화 (Foot Steps)를 마치 가제트처럼 변화해서 물리치는 장면, 시간의 바다 (Sea of Time)에서 창넘어 또다른 노란잠수함속의 자신들을 발견하는 평행우주론적 장면등에서 볼수있다.

헤드랜드의 만화경적 기법이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의 샤갈의 회화그림을 보는 듯한 기법들은 오늘날의 MTV에게나 혹은 미국이나 유럽의 독립 애니메이션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을 장면들이다.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또한 많은 것들을 풍자하고 있기도 한데, 가령 블루 매니족은 세상의 온갖 나쁜것들을, 페퍼랜드의 시장은 구세대를, 비틀즈외에 이 작품에서의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인 제레미 (혹은 힐러리, 얼뜨기, 노웨어 맨 (Nowhere Man)등으로도 불려지는)는 어줍잖은 지식인을 대변하고 있다.
마치 나르시스처럼 자신만의 지식에 빠져 다른세상을 보지못하고 세상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제레미는 분명 Nowhere Man임에 분명하지만 링고의 도움으로 세상 (Somewhere)으로 나올수 있게되고 결국 그의 도움으로 블루 매니족은 페퍼랜드와의 공존을 결정할 수 있게된다. 블루 매니족의 푸른색 역시, 우울함과 상처등을 대변하는 색깔이지만 마지막에 족장은 "파랑새는 나의 사촌이기도 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색깔을 행복의 색깔로 바꾸어 나간다. (하인쯔는 처음에 블루 매니족이 아닌 퍼플 매니족 (보라색) 을 생각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실제의 비틀즈 멤버가 등장하여 All Together Now를 부르며 애니메이션은 마무리 된다.

가슴아픈 여담으로는 존 레논의 목소리를 맡은 존 클라이브의 딸은 (존이 존의 목소리를 맡았다니) 자신의 아버지가 목소리로 참여한 〈노란잠수함〉을 너무나 좋아하여 이 영화의 모든장면과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너무 이 작품을 좋아했던 나머지, 아버지와 존 레논을 동일시하기까지 했으며 자신이 7살때 존 레논이 암살당했을땐 아버지가 실제로 죽은것으로 간주하기까지 하였으며 존 클라이브는 자신의 딸에게 자기가 죽은것이 아니라 존 레논이 죽은것으로 깨닫게 하는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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