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학의 원조 ‘참 부자 되는 법’ 소설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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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재벌 창업주 상속녀와 빈민단체 청년 대표의 사랑 이야기. 이 소설의 줄거리,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후속편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 ‘부자와 빈자의 소통’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부자학의 국내 창시자인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경영학·사진)가 낸 소설 『벤츠와 감자탕』 얘기다. 한 교수는 부자학연구학회 회장이다. 2004년 서울여대에서 시작한 ‘부자학 개론’은 지금도 최고 인기 강의다. ‘올바르게 부자가 되는 법’, ‘올바르게 부자로 사는 법’을 연구해온 한 교수는 “부자학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홍보하기 위해 작심하고 결과물을 내놨다”고 했다. 제목에 나온 ‘벤츠’와 ‘감자탕’은 부자와 빈자를 상징하는 두 개의 아이콘이란다.

 -‘부자학’은 쉽게 말해 무엇인가요?

 “부자학은 ‘부자가 되는 비법’이 아닙니다. 그건 재테크죠. 부자학의 정의를 내리자면 가치창조와 사회만족입니다. 부자가 되려면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서 그것으로 사회를 만족시켜야 하거든요.”

 -부자학의 어떤 점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으십니까?

 “첫째,부자를 정확히 알자는 것입니다. 부자의 형성과정과 특성 말이죠. 둘째, 존경받는 부자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무척 험난한 길이지만요.”

 한 교수는 ‘선악후선설’을 주장한다. 부자가 되는 과정은 악하지만, 부자로 사는 과정은 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악한 일을 전혀 하지 않고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약간이라도 원칙을 어기기 마련이고, 고의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을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길을 걷는 부자들은 어떤 사람일까. 한 교수는 그들을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라고 정의했다.

 “부자의 삶에는 타인을 억압하는 요소가 있어요. 아무리 좋은 부자라도요. 빌게이츠도 독점을 해서 미국 법정에 여러 번 섰잖아요. 내가 연구하며 만난 수천 명 부자 중에서 중년층 이상은 밤에 잠을 잘 못 이룹니다. 뜻하지 않았더라도 남들에게 피해준 것이 생각난대요.”

 -그럼에도 우리는 부자를 지향합니다. 해답은 뭘까요.

 “그 트라우마 때문에 도리어 선해질 수 있습니다. 기부와 사회봉사로 베풀면 마음이 편해지는 거죠. 사회도 그것을 높이 평가해야 해요. 부자들에게 영광스러운 퇴로를 줘야 합니다.”

 그의 책에서도 ‘상처입은 부자들’은 빈자와 소통을 시도한다. 남녀 간 연애뿐이 아니다. 사회적 기업은 빈부가 손잡는 좋은 케이스로 그려진다. 빈부의 소통, 바람직하다. 하지만 부자도 그럴 만한 메리트를 발견할까. “부자는 부를 내놓고, 빈자는 존경을 내놓는 것입니다. 행복이란, 소유가 아니라 존경받는 ‘경험’이거든요.”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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