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총재 사임 발표 캉드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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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자진 사임을 발표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한국의 IMF 위기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국제금융계의 대표적인 인물.

97년 7월 아시아를 시작으로 러시아, 브라질로 확산됐던 금융 위기를 맞아 그가보인 활약상은 당시 IMF의 위기 처방을 둘러싼 숱한 논란과 좌우의 비난에도 불구,IMF를 가장 영향력있는 국제금융기관으로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올해 66세의 캉드쉬 총재는 역대 최장수 IMF 총재로 기록된다. 프랑스 은행 총재를 거쳐 87년 1월 IMF 총재로 선출된 후 5년 임기의 총재직을 3번 연임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그가 13년간의 재임기간중 국제 금융위기의 소방수로 직접 나섰던 것은 두차례.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 아시아 금융 위기에 앞서 94년 멕시코에 밀어닥친 금융위기를 처리했다.

프랑스 관료 출신인 캉드쉬 총재는 이들 지역의 금융 위기 당시 구제금융의 대가로 혹독한 금융 긴축과 구조 조정 등을 요구, 학계와 미국 의회로부터 비난과 논란을 함께 받았다.

세계 경제학계는 그의 위기 처방전에 대해 좌파는 좌파대로 IMF가 금융 위기국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우파는 우파대로 실업자 양산과 중소기업도산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미 의회의 보수파 역시 캉드쉬 총재를 IMF를 파탄시킨 `프랑스 사회주의자'라고 몰아세우며 기금 운용의 투명성 보장과 엄격한 공개 감사를 요구했다.

캉드쉬 총재가 이끄는 IMF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비판을 거치면서 위상 강화와더불어 기금 운용면에서 적잖은 변화와 개선을 이루어냈다.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 등의 지원 사격으로 미 의회의 IMF 비판을 이겨낸 캉드쉬 총재는 기금 운영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확대하는 개선 조치를 나름대로 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 위기 처방에 대한 그의 입장도 변화가 생겼다. 학계와 미 의회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금융 위기국의 통화 안정과 투자 신뢰 회복 등 만이 최선의 처방이라고 주장했던 그는 최근 들어 거시 경제 개혁만으로는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캉드쉬 총재는 특히 지난 9월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회의때 세계빈곤 축소를 IMF의 두번째 목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파리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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