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밍으로 통신 먹통 만들어 해적 무력화 … 전자전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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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하는 ‘아덴만 여명작전’이 끝난 지난 21일 9시56분(한국시간 오후 2시56분). 서울의 합동참모본부와 부산 해군 작전사령부, 계룡대 해군본부 지휘통제실에서는 동시에 환호성이 울렸다. 선원 구출작전에 투입된 해군 특수전(UDT/SEAL) 요원들이 국내 벤처기업 아이디폰이 개발한 무선 영상 전송 시스템 ‘카이샷(KAISHOT)’을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샷은 최영함의 위성을 통해 세 본부에 수색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냈다. 청해부대는 현장 침투요원의 헬멧은 물론 저격수의 총, 링스헬기에도 이 장비를 부착했다. 카이샷은 현장의 영상과 소리를 현장 사령부 역할을 한 최영함에 실시간 전송했다. 이 데이터는 인공위성을 통해 한국으로 전달됐다. 현장 대원들의 움직임과 숨소리까지 생생히 전달된 덕분에 본부에선 마치 현장에 있는 듯 기민하게 작전을 지휘할 수 있었다. 우리 군의 작전 상황이 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덴만 여명작전은 시작부터 종료까지 첨단 전자전의 결속체였다. 인질로 잡혔던 선원과 구출팀의 피해 없이 완벽히 작전을 마친 데는 첨단 전자장비가 한몫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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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덴만 여명작전은 최영함의 해적 무선장비 전파교란(jamming)으로 시작됐다. 해적들의 해적 모선이나 다른 해적선과의 연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 18일 최영함의 추격을 눈치챈 해적들은 소말리아 해적 본거지에 지원을 요청했다. 직후 해적 모선은 소말리아 가라카드항을 출발해 21일 중 해적들을 지원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한 상황이었다. 20일 밤 합참에서 21일 오전 2시(한국시간) 구출작전을 시작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를 해적들의 지원을 막기 위해선 해적이 장악한 삼호주얼리호를 고립시킬 필요가 있었다.

 성공적인 작전에는 미군 해상초계기 P-3C의 지원도 한몫했다. 우선 작전 시작 14분 만에 인근 상공을 선회하던 미군 P-3C 초계기로부터 “좌현 선미 3명, 선교(조타실)에 4명, 중갑판에 4명이 식별되었다”는 무전이 왔다. 첨단 관측 장비를 탑재한 미군 해상 초계기가 해적들의 위치를 파악해 알려준 것이다. 덕분에 최영함에서 이륙한 링스헬기의 공격 목표가 정해졌다. 삼호주얼리호에 승선할 해군 UDT의 접근도 해적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링스헬기가 삼호주얼리호의 레이더망을 조준사격으로 파괴한 것도 해적들이 다른 선박의 지원을 받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군 관계자는 “이번 작전은 우리 군의 작전 수행 능력과 함께 세계적인 IT기술을 과시한 성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나리·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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