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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창사 25년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연방법원으로부터 퍼스널 컴퓨터(PC) 운영체제(OS)의 `독점권 남용'' 판정을 받은 MS는 `해체설''까지 나돌아 앞으로의 진로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MS는 법원의 독점 판정이전부터 이미 최근 몇개월 사이 최고위급 간부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내부 상황이 악화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분할.분사

업계 및 경제 전문가들은 MS가 자의든 타의든 독점 판정에 따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전면 해체(total breakup)보다는 특정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할(spinoff)하거나 문제가 된 윈도(Window)체제 관련 사업부서를 분사(splitup)시킬 가능성이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MS가 지난 3월부터 고객 중심의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세부적인 구조개편작업을 추진중인 점을 들어 자발적인 기업분할 및 분사안이 사태를 자연스럽게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최선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이 5일 독점 판정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MS는 해체되지 않을 것이며 가능한 빨리 공정하고 책임있는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해법정밖 화해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법원은 판결(ruling)이 아닌 판정(finding of fact)이라는 방법을 통해 원고측인 법무부 및 19개주와 MS가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연방 및 주 정부와 MS간 협상이 결렬되고 최종 독점판결이 내려질 경우법원이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법무부 일각에서는 MS를 운영체제, 응용프로그램, 인터넷 콘텐츠 등을 담당하는3-4개 부문으로 쪼개 완전 개별기업으로 운영케하는 기업해체까지를 포함해 모든 제재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MS의 거대한 기업규모 자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고 MS가 막대한시장 장악력을 통해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한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만큼 정치적부담까지 지면서 해체라는 초강경수를 둘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84년 연방법원으로부터 `독점'' 판정을 받은 미 전화회사 AT&T는 합의를 통해 장거리전화사업만 보유하고 7개의 지역전화회사를 분리시켰었다. 이들 7개사는 AT&T에서 분리된 작은 전화회사라는 뜻에서 일명 `꼬마 벨''(Baby Bell)로 불린다.

니콜러스 이코노미즈 뉴욕대 교수(경제학)는 "법원이 MS에서 윈도 사단(division)을 강제로 분리시키는 것만으로도 타격이 클 것"이라며 "그럴 경우 제2의 `베이비빌스''(Baby Bills: 빌 게이츠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MS에서 분리된 꼬마회사를 의미)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윈도 공개와 경쟁

가장 현실적인 타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바로 윈도체제 공개다. 즉 윈도의 소스(source) 코드를 전부 또는 일부분을 공개, 경쟁사들이 윈도체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대 쟁점중 하나는 MS가 윈도체제를 채택한 컴퓨터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넷스케이프 등 경쟁사의 인터넷 검색프로그램(브라우저) 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제약한 것이다.

따라서 윈도체제 내용이 공개되면 MS 경쟁사들이 윈도의 특성이나 장점을 연구,어느 컴퓨터에도 설치할 수 있는 운영체계를 양산할 수 있다.

또 컴퓨터 업체들도 MS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양한 OS를 갖춘 컴퓨터를 만들 수있으며 소비자의 선택폭도 넓어질 수 있다.

MS측도 이미 컴퓨터운영체계 시장에 리눅스(Linux:무료 기업컴퓨터 운영체제)등 `반(반) MS 바람''이 불기 시작한데다 아메리카온라인(AOL) 등 거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의 등장과 윈도 없이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무선전화, 포켓용 컴퓨터, 케이블TV 등의 개발로 위세가 줄고 있다는 점에서 소스 코드 공유는 `버릴 수 있는 카드''로 검토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MS의 세계지배를 깨기 위한 하이테크업계의 내막을 책으로 펴낸 작가 게리 리블린은 "실리콘 밸리는 필사적으로 컴퓨터 운영체계를 새로 만들어내려고 달려들 것"이라면서 "아무도 1인1사가 시장을 지배하도록 놔두질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코드 공유로 운영체계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컴퓨터업체들이 고유의 운영체계를 가진 기기들을 마구 생산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MS가 윈도와 자사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분리해 판매하거나 윈도를 모든컴퓨터 생산업체에 같은 가격에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으나 MS가 여전히 시장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경쟁사의 근본적인 구조재편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기저하와 재기

1975년 4월 4일 설립된 MS는 주식시장의 가치가 4천720억달러로 미국 최대의 기업이며 빌 게이츠 회장의 재산은 850억달러로 세계 최고의 갑부다.

독점 판정이 나오기 1주일전인 지난달 28일 10만명의 인터넷 웹사이트 방문자를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S 브라우저 이용자가 76%, 넷스케이프 브라우저 이용자가 23%였으며 두 회사 이외의 다른 브라우저 이용자는 1%였다. MS의 현재 위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지난 6월로 끝난 98-99 사업회계연도 중 총수입이 190억7천500만달러, 순익이 79억9천만달러라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할 정도로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러나 야후(Yahoo)나 익사이트 (Excite) 등과 같은 인터넷 검색사이트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캘린더 프로그램이나 주소록(address book:사용자 데이터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MS의 영역을 잠식하면서 사내에서 이상기운이 감지되고있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MS 직원은 미국 2만2천여명 등 전세계에서 3만2천여명에 달한다. 기술분야 미래학자인 폴 새포는 "MS 본사(워싱턴주 레드먼드 소재)에는 경쟁자들로부터 포위당했다는 의식이 감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창업유혹과 조기퇴직 등 여러 이유로 인재들이 MS를 떠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에만 피트 히긴스 인터액티브 미디어(interactive media) 책임자와 브래드 실버버그 윈도스.인터넷 익스플로러 책임자 등 최고위 간부 4명이 그만뒀다.

일부 전문가들은 MS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인터넷접속 TV 등 첨단네트워크설비 인수작업도 독점 판정과 경쟁사들의 경계 눈초리로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 옵서버들은 MS의 저력과 게이츠 회장의 탁월한 수완을 들어 MS가시련을 빨리 극복하고 재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버트 허볼드 MS 부사장은 7일 미 폭스 뉴스와의 회견에서 "이번 판정은 야구경기로 치면 9회 중 3회에 불과하다"며 결국 MS가 승리할 것으로 자신했다.

투자분석가인 앨런 데이는 "MS는 빚이 한푼도 없고 수익을 많이 내는 회사로 투명한 재정상태를 볼 때 내가 가장 선호하는 기업중 하나"라고 말했다.

MS의 경쟁사인 리버레이트 테크놀로지스의 한 간부는 "MS는 현재 대치하고 있는어떤 경쟁사에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비슷한 일들을 할 수 있다"며 "구조적 처방을 선호하고 있다"고 MS의 재기에 두려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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