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툭하면 계약문제로 갈등, 공들여 만든 한류에 찬물 끼얹을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일본 내 신한류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걸그룹 카라가 흔들리고 있다. 19일 정니콜·한승연·강지영 멤버 3명이 소속사 DSP미디어를 상대로 전속 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류를 주도하던 그룹이 계약 문제로 주춤한 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멤버 3명이 탈퇴하고 법적 소송이 진행중인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의 한경 등도 소속사와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전문가들은 “계약 문제를 둘러싼 소속사와 멤버간의 해묵은 갈등은 공들여 놓은 한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고 지적한다. “세계로 뻗는 K-POP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후진적 계약 시스템이 K-POP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대중연예산업의 투명화·체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 일본 언론들은 이번 ‘카라 사태’를 보도하며 “한국에선 가수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 활동을 소속사가 강요하기 때문에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없다”(니칸 스포츠)는 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내 신한류 열풍에 대한 각종 반감도 나타나고 있다. 소녀시대·카라를 폄훼하는 내용의 ‘K-POP 붐 날조설’이란 일본 성인만화가 대표적이다. 문화의 일방적 유입을 경계하는 ‘혐한(嫌韓·한국을 혐오하는 것)’ 현상이다.

 한류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문화의 상호교류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한국 대중문화 콘텐트가 해외에서 계속 커나가려면 한류란 단어의 일방성부터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막 한류 붐이 조성되고 있는 미국·유럽 등 신흥 시장에선 현지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한류 팬사이트 숨피닷컴의 조이스 김 대표는 “미국의 K-POP 팬은 아시아계가 다수다. 영어에 능숙해 팬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자유로울 수 있는 가수가 많이 나온다면 비(非)아시안계 팬들을 사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 대중문화 콘텐트 현지화를 위해 2009년 ‘해외진출지원센터’를 세우고 네트워크 정보와 번역·더빙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한국 가수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쇼케이스를 계속 지원할 방침이다.

 정강현 기자·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