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가전업체 '해외 표적마케팅' 잇단 명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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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오는 13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카고 등 우리 교포가 많이 사는 지역의 교회에서 '밥솥마케팅' 을 펼친다.

북미지역 1백만가구의 해외교포를 주 소비자층으로 설정, 일반 밥솥과는 달리 밥이 '차지게' 지어지는 기술로 만든 최고급 압력밥솥을 판매하기 위해 한인교회에서 점심시간에 밥맛을 선보이는 것이다.

삼성.LG.대우전자 등 가전 3사를 중심으로 해외 특정지역 또는 특정 '취향의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겨울이 긴 일본 특정지역만을 겨냥한 침구전용 청소기, '눈의 나라' 러시아를 겨냥한 흰색 TV, 물이 귀한 중동에서 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자물통을 단 냉장고 등 기발한 제품들이 한국 상표를 달고 팔리고 있다.

판매 기법이나 광고도 아기자기한 일본인의 특성에 맞게 전용 진열대를 만들거나 지역신문.TV에만 광고를 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지 소비자들을 파고 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마케팅팀 김준범 부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 틈새시장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 이라면서 "그러나 이런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치밀한 사전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 틈새시장을 공략하라〓LG전자는 일본 동북부 홋카이도(北海道)가 겨울이 길어 침구류와 카펫 청소가 어려운 점에 착안, 10월부터 먼지와 해충을 쉽게 빨아들이는 특수노즐을 장착한 크리마루 청소기를 내놓았다. 출시 전 5천대의 주문을 받은 것을 비롯해 연말까지 2만~3만대를 팔 예정.

LG는 또 추위에 익숙한 러시아인들은 20도 안팎의 날씨도 잘 견디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97년부터 에어컨과 난방기를 함께 갖춘 제품을 출시해 올해 3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초 직립형 청소기를 미국 시장에 내놓았다. 미국은 카펫 문화가 발달돼 있고 집이 큰 점을 감안, 국내에서 팔리는 일반 가정용 청소기 대신 사무실용 직립형 제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 삼성은 올해 40만대는 무난히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러시아에서는 흰색을 좋아한다는 판단에 따라 흰색 TV를 내놓았는데, 올 판매가 4만대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전자는 캐비닛처럼 문을 잠글 수 있고 냉방출력을 높인 냉장고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으며 노란색을 좋아하는 영국에는 노란색 냉장고를, 녹색을 좋아하는 스코틀랜드에는 녹색 냉장고를 내놓아 매년 5만대 이상 팔고 있다.

특히 대우는 지진이 많고 주거공간이 좁은 일본에 전자레인지를 냉장고 위에 고정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 지난해만도 4만5천대를 팔았다.

◇ 마케팅도 지역 특성에 맞춰라〓삼성은 러시아에서 눈으로 대형 TV를 만들어 주요 판매장 앞에 전시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LG는 일본 소비자들의 아기자기한 성향에 맞춰 대리점의 청소기 받침대를 아기자기하고 깜찍한 디자인으로 바꿨다. 제품 포장도 국내처럼 박스상태가 아니라 화려한 색상의 포장지로 감싼다. 광고는 홋카이도의 지역TV나 신문에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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