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 도움받을 길 넓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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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지난해 11월부터 경남 진주 연암공업대학 내에 운영해 온 '진주창업보육센터' 는 '대박' 의 꿈에 젖어 있다.

대기업 설립 창업보육센터 1호인 이곳은 13개 보육 업체 중 6곳이 1년도 채 안돼 판매 실적을 올리는가 하면, 적조(赤潮)방제.광(光)촉매 관련 첨단기술을 각각 개발한 삼정바이오테크.나노세라믹스 두 업체는 내년 에 매출 1백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

LG 입장에서도 일거양득이다. 기술력 있는 협력업체를 얻을 수 있어 좋고, 또 계약조건에 따라 많은 투자 수익을 올리거나 코스닥 등록에 따른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최근 중기.벤처기업 발굴에 부쩍 힘을 쏟으면서 창업업체들이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한결 넓어졌다.

진주창업보육센터 운영책임자인 LG의 정인상 차장은 "대기업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중소.벤처와의 제휴를 늘려 나가는 등 종전에 비해 훨씬 적극적" 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엔 은행들이 가세하면서 그동안 정부 지원만 기다홱?중소업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확대됐다.

◇ 종합상사〓일찌감치 사업다각화에 눈을 돌려 벤처투자 등 중기 지원에 가장 먼저 나선 곳.

삼성물산은 '골든게이트' 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유망벤처를 모집하고 있다.

이미 4개 벤처에 20여억원을 투자했고 내년중엔 1백억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 SK상사는 자본금 1백억원 규모의 합작 벤처 캐피탈 인터베스트㈜를 지난 2일 설립해 벤처투자에 나섰다.

중기의 유망 수출품목 확보도 종합상사들의 현안. '중기 수출 도우미' 를 자처한 ㈜대우는 지난 5월 '트레이드 윈도우' 라는 사이트를 통해 협력업체 관리에 나선데 이어 전국 8개 지역을 돌면서 수출상담회를 여는 등 '우량 중기 사냥' 에 나섰다.

◇ 경제단체〓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부터 벤처 투자모임인 서울엔젤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올 6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중기 해외시장 개척에 공조키로 합의하고 회원사들로 하여금 수출 중기에 해외 바이어를 알선해 주도록 하고 있다.

1백50여개 중견기업의 모임인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역시 최근 한국벤처기업협회와 업무제휴해 벤처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중기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 은행도 가세〓산업.중소기업.국민.한미.조흥은행 등이 유망 중기.벤처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투자는 대출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위험부담도 크지만 엄청난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 이달 들어 벤처투자에 뛰어든 조흥은행은 모디아소프트 등 몇몇 유망벤처에 지분출자 또는 기존대출의 출자전환을 검토 중이다.

한미은행은 상대적으로 안정경영 성향이 강한 여성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대출.홍보대행 등 지원을 늘려갈 방침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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