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반지부터 유학서류, 틀니, 심지어 뱀까지…. 언뜻 봐서 연관이 없을 듯한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지하철 승객이 두고 내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지하철 1호선 유실물센터의 한 직원은 검은색 쇼핑백을 열었다가 혼비백산했다. 쇼핑백을 여는 순간 흰색 뱀이 머리를 불쑥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조원 서울메트로 영업관리팀장은 14일 “유실물센터에 고양이나 강아지는 심심찮게 들어오지만 뱀까지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뱀은 애완용으로 경기도에 사는 한 중학생(15)이 팔기 위해 들고 나왔다 지하철에 놓고 내린 것이다.
지하철 1~4호선 유실물센터에는 지난해 모두 4만1310건이 접수됐다. 전년보다 5000여 건 늘었다. 가장 많은 것은 바로 가방. 10년째 1위다. 루이뷔통이나 샤넬 같은 명품백부터 등산용 배낭까지 8985개(21.8%)가 들어왔다. 휴대전화 등 소형 전자제품(8770건), 점퍼나 재킷 같은 의류(4187건)가 뒤를 이었다. 현금도 2억6400여만원이나 접수됐다. 유학서류나 임대차서류, 돌반지도 빠지지 않는다. 유실물의 70% 정도는 주인이 찾아간다. 1년6개월간 찾아가는 사람이 없으면 현금과 귀중품은 국가에 귀속된다. 나머지 품목은 경찰의 승인을 받아 사회복지 단체에 기부한다. 지하철 1~4호선 유실물센터는 시청역(02-6110-1122)과 충무로역(02-6110-3344)에 있다.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