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어느 신화에나 숫자 3이 나오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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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화, 인간을 말하다
김원익 지음, 바다출판사
414쪽, 1만3800원

세계 각국의 신화(神話)에 단골손님처럼 나오는 공통된 숫자는? 3이다. 동서고금의 소설과 동화에 세 자매나 삼형제가 많이 등장하는 건 이처럼 원류(源流)가 통하기 때문이다. 긴 세월 따라 되풀이되면서 인간의 체험과 지혜로 걸러진 이야기중의 이야기가 신화다. 그러니 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신화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다.

 신화 연구자인 김원익(50)씨는 이런 신화의 매력에 빠져 지난 10여 년 신화를 번역하고 『신화, 세상에 답하다』를 썼다. 신화에는 인류가 풀어낼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의 씨앗들이 켜켜이 쌓여있으니 그 집단 무의식만 휘저어도 세상이 목말라 하는 ‘이야기(story)’를 끝없이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김씨는 이를 일목요연 보여주기 위해 그리스 신화에서 19가지 주제를 골라냈다. 부자(父子)갈등, 라이벌, 부부의 사랑, 적과의 사랑, 동성애, 정신적 스승, 분노, 광기, 모험, 구출, 탈출, 추격, 전쟁, 괴물, 거짓말과 속임수, 숫자 3, 지하세계 방문, 갈림길, 이상향이 그가 정리한 신화의 주요 모티프다. 이 19가지 원형을 반복해 재생산한 것이 오늘날의 소설, 연극, 오페라, 시,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것.

 그가 신화 강의를 할 때마다 받는 질문 하나.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나 사람들 이름을 쉽게 외울 수 있는 비법이다. 그의 대답은 늘 똑같다고 한다. “신화에서 이름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지나쳐라. 핵심은 그 신화 속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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