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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 역대 정권마다 외쳤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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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큰 정부’인가, ‘작은 정부’인가 하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경제학의 주요 관심사였다.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자 나선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 또 다른 비효율을 낳으면서 ‘정부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개혁은 오늘날 많은 나라의 관심사가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고는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 대부분에서 정부 조직 축소, 공무원 인력 감축 등 작은 정부를 추구해 왔다. 사실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전체 공무원 수나, 국민 1인당 공무원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과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규제기능, 공사 등 많은 공공기관 등을 고려할 때 규모 축소의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그러면 정부조직의 축소 문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왜 반복되는 것일까? 과거의 개혁이 잘못되었거나 미흡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 개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따른 인식이 잘못되었다. 정부 조직의 축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능조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미리 조직과 인력을 재편하는 등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기능이 무엇인지를 선정한 후 이를 위해 정부 조직을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 등의 순서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다. ‘시장의 실패’가 두드러진 부문에서 필요한 정부의 역할을 찾고, 그렇지 않은 기능은 더 효율적인 시장, 즉 민간에 과감히 이양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세우기는 쉬우나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 문제는 관료들이다. 정부 기능이 축소되면 이를 담당하던 관료들의 수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관료들은 수행하던 기능을 존속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고, 수행하던 기능이 폐지된다 해도 새로운 기능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고도성장을 이룩하는 데 관료들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경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료의 기능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와 같이 직접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시장을 왜곡하기보다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정부 조직이 축소되어 작은 정부가 실현될 것이다.

박성준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