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파 보즈워스 - 원칙파 베이더 사이 … 미국 대북정책 강온 조율하는 캠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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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크롤리(Philip Crowley)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7일(현지시간) “북한 문제를 다룬다면 ‘전략적 인내’를 가져야만 하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뉴욕 타임스(NYT)가 스티븐 보즈워스(Stephen Bosworth)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움직임을 토대로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인내’에서 ‘대화’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8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촉발된 긴장이 가라앉으면서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 라인에서 의견의 분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 ‘당장 대화’와 ‘원칙 고수’ 입장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핵심 인물(Key Man)이 커트 캠벨(Kurt Campbell·사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라고 전했다. 캠벨이 방향타를 쥐고 양측의 주장을 아우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캠벨이 9일 베이징을 방문해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19일)의 사전조율 작업을 벌인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중 논의가 그의 손을 통해 조율되는 것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보즈워스와 성 김(Sung Kim) 6자회담 수석 대표는 빨리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쪽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를 중요 이유로 든다. “북한이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 핵 기술까지 발전시키도록 내버려 두느니 이쯤에서 대화에 나서는 게 낫다”는 것이다.

반면 제프 베이더(Jeff Bader)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중심으로 한 백악관과 국방부의 기류는 다르다. “북한의 근본 변화를 유도하지 않는 한 설령 대화를 시작한다 해도 북한은 은밀한 우라늄 기술개발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도 집권 2년간의 경험을 통해 후자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시각 차에 대해 캠벨이 나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되 그동안 지켜왔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이를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캠벨의 영향력은 대단하며, 점점 더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캠벨의 파워는 통솔력 강한 업무 스타일, 옥스퍼드 국제정치학 박사 출신의 실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장관의 전폭적인 신뢰가 보다 근본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에도 미 정부 내 한반도 라인의 교체설이 돌고 있지만 캠벨은 한 번도 이에 휘말린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해 제임스 스타인버그(James Steinberg) 국무부 부장관의 교체설이 돌았을 때 캠벨이 가장 강력한 후임자로 거론됐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캠벨의 부인인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도 재무차관으로 일하는 현정부 실력자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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