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먹이 없어 일찍 자러 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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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의 활동 모습. 현재 17마리 모두가 겨울잠을 자고 있다. [중앙포토]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 17마리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겨울잠에 들어갔다. 주식인 도토리가 흉년이 들어 먹이가 부족해진 탓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7일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들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차례로 겨울잠을 자기 시작해 12월 20일 전후로 17마리 모두 동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지리산 반달가슴곰들은 보통 1월 중순까지도 활동하곤 했으나 올해는 일찍 동면에 들어간 것이다. 곰들은 현재 고목에 생긴 구멍이나 눈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 모양의 바위 아래, 산대나무 숲 사이 등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다.

 종복원센터 양두하 과장은 “곰들의 동면 시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먹이”라며 “지난해 지리산 도토리 생산량이 재작년의 30~40%에 불과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고 일찍 동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위도 동면의 변수이긴 하다. 그러나 영하 30~40도 혹한 속에 사는 북극곰 사례에 비춰 볼 때, 지리산의 겨울 추위 자체는 동면 시기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는 게 양 과장의 설명이다. 양 과장은 “곰들은 3월 말이나 4월 초께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며 “새끼를 출산한 어미는 5월까지도 겨울잠을 자면서 새끼에게 젖을 먹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종복원센터는 2004년 러시아 연해주와 북한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을 지리산에 방사해 반달곰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지리산에는 자연 상태에서 태어난 두 마리를 포함해 모두 17마리의 곰이 살고 있다. 연구팀은 곰들이 동면하는 사이 전파발신기를 새로 달거나 교체하는 작업을 한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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