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바뀌는 입시제도, 전업주부도 괴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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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업주부와 직장맘 모두 한목소리로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게 갈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엄마들을 지치게 하는 건 무엇보다 올림픽 치르듯 주기적으로 바뀌는 입시제도다. 입시가 불안정한 탓에 갖가지 정보 수집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은행원 김모(46)씨는 지난해 말 고3 큰아들이 수능을 치렀지만 성적이 좋지 못해 일찌감치 재수를 결정했다. 그런데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둘째가 올해 고1이 되는데 그 아이가 대입을 치를 2014학년도에 입시제도가 또 바뀔 수 있다는 정부 발표 때문이다. 김씨는 “큰 애 수능 준비에 애를 많이 먹었는데 둘째 때에는 자칫 그 경험이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입시제도는 고입·대입 모두 대략 3년 단위로 바뀌어 왔다. 특히 큰 변화는 2002, 2005, 2008, 2011, 2014학년도에서 각각 나타났다. 현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는 최소 3년 전 제도변화를 공고한 뒤 시행토록 돼 있다.

수능 제도만 해도 2002학년도 ‘성적표의 소수점 폐지’, 2005학년도 ‘특정 영역 선택응시’, 2008학년도 ‘수능 점수 폐지’, 2009학년도 ‘점수 부활’ 등 변화가 극심했다. 2011학년도엔 수시모집과 입학사정관 전형이 대폭 확대됐다. 이 때문에 수시에 떨어지면 수능을 잘 보더라도 정시에서 합격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정시 정원이 줄어든탓이다. 게다가 2014학년도엔 수능 선택과목수가 줄어들고, 응시 횟수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고입도 마찬가지다. 특목고 입시를 보면 2008학년도엔 구술면접, 영어듣기 평가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2011학년도에서는 중학교 영어 내신성적만을 반영해 1차 선발이 이뤄졌고 2차에서 면접을 치렀다.

대입 수시 비중이 커지면서 엄마들이 자녀를 챙겨줘야 할 몫이 커진 것도 부담이다. 수시 전형 서류는 입학원서, 학교생활기록부, 지원자격 증빙서류, 자기소개서, 추천서, 공인 외국어성적, 수상실적 등 많고 복잡하다.

서류 챙기기도 힘들지만 이 서류에 넣을 만한 스펙 쌓기도 엄마 몫이다. 서울 은광여고의 조효완 진학지도 교사는 “자주 바뀌는 입시 제도, 수시를 대비한 스펙 쌓기 경쟁이 학생뿐 아니라 엄마들을 아주 피로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교육팀=강홍준·박수련·박유미·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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