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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아일랜드의 같은 위기, 다른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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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외자유치와 금융산업 특화로 고성장을 구가하던 두 나라가 있었다. 유럽의 강소국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다. 이름도 비슷한 두 나라는 똑같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켜가지 못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두 나라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회복 양상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위기 초기인 2008년 말 아일랜드는 유로화 때문에 살았고, 아이슬란드는 유로존 국가가 아니라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폴 볼커의 말처럼 “풍랑이 몰아칠 때는 큰 배에 타고 있는 것이 더 안전했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크로나화가 50% 이상 절하되고 주가가 90% 폭락했다. 또 3대 은행이 파산하는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2010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서 아이슬란드는 1.2%를 기록해 0.5%인 아일랜드를 앞질렀다. 실업률도 아이슬란드는 2009년 초 9%를 정점으로 최근 7.3%로 떨어진 반면, 아일랜드는 13.5%까지 치솟았다. 아일랜드는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고도 아직 어둡고 긴 터널 속에 갇혀 있는 듯하다.

 같은 위기를 겪고도 왜 두 나라는 회복 흐름이 다른 걸까. 첫째는 환부를 과감히 도려냈는지 여부다. GDP 대비 900%가 넘는 금융산업을 구제할 여력이 없었던 아이슬란드는 은행 파산을 통해 부실은행의 환부를 도려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아일랜드는 부실은행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했다. 게다가 정부가 지급보증으로 은행 부채 전부를 떠안았다. 문제는 구제금융과 지급보증이 단기적 시장 안정을 가져오기는 했으나 은행 부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은 아니었다. 오히려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채무재조정으로 빚을 떼일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만 커졌다.

 둘째로는 재정건전성 회복 전망이다. 구제금융은 결국 은행 빚을 국가로 이전하는 것이다. 구제금융 투입이 거의 없었던 아이슬란드는 2012년 이후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국가부채도 2010년 GDP 대비 116%를 정점으로 2015년 70%대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일랜드는 불어나는 구제금융으로 2010년 재정적자가 GDP 대비 32%까지 증가하고, 현재 GDP 대비 100%인 국가부채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로는 아이슬란드의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들 수 있다. 위기 이후 크로나화는 실질환율 기준으로 30~40% 절하됐다. 이는 무역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며 아이슬란드 경기회복에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국의 경쟁력을 반영할 수 없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아일랜드에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이점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이들과 닮은꼴이다. 두 나라의 사례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외자에 의존한 과도한 금융산업 팽창은 위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고 거시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신속한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교훈이다. 부실금융기관의 신속한 퇴출을 위해서는 생존가능성에 대한 판단기준과 배드뱅크의 분리방안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역내 공동통화 사용이 무조건 선(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단일통화 사용은 환율정책을 제약하고, 역내 무역·금융 연관성의 확대로 위기 전염 가능성을 키운다. 앞으로 동아시아 통화통합 논의에 신중히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김익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