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누가 이 일본 여성을 모르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아침 식사를 하며 본지를 집어 든 신규매체 개발업체인 ‘핑거터치’ 신정헌(47) 대표의 시선이 1면에 멈췄다. 그의 눈길을 잡아끈 건 한류 팬으로 홀로 한국을 찾았다가 지난해 1월 1일 강원도 강릉에서 실종된 일본 여성 다나하시 에리코(棚橋えり子·59) 기사였다. 다나하시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던 마음은 ‘우리 회사가 도울 일은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신 대표가 다나하시를 찾는 광고를 무료로 게재하고 싶다며 본지에 연락해온 이유다.

 5일 오후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 대표는 “한국을 방문했다가 실종된 다나하시의 문제는 한·일 양국이 함께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일본 기업과 협력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만난 한 일본인 간부를 통해 그는 한류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했다.

 “한류에 먼저 빠진 부인 때문에 함께 한류 팬이 된 분이에요. 한국말을 잘 못 하지만, 한국 사극을 보는 게 취미인 분이죠. 이 부부는 매년 최소 두 번은 부산 해운대를 찾아 시간을 보내고 갈 만큼 한국에 푹 빠져 있습니다.”

실종된 일본 여성 다나하시 에리코를 찾기 위한 광고가 게재될 디지털뷰의 단말기(사진 위). 오른쪽은 다나하시의 사진을 이용해 단말기 화면에 실리게 될 광고를 가상으로 만든 것이다.<사진크게보기>

 그는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 매료된 일본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아, 이런 게 말로만 듣던 한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간부는 신 대표에게 큰 신뢰를 보였다. 신 대표는 이 과정에도 한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믿고 있다.

 “한류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보다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다나하시의 실종도 한국과 일본 사회가 함께 해결하면 좋지 않을까요.”

 신 대표는 이르면 7일부터 ‘디지털뷰’에 다나하시의 실종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핑거터치가 운영하는 ‘디지털뷰’는 전철 역내에 지도와 뉴스, 엔터테인먼트 등의 실시간 정보와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인포메이션 시스템이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117개 역에 총 913대가 설치돼 있다. 일정 시간 손을 대지 않으면 자동으로 광고가 노출된다. 다나하시의 실종 광고는 각각의 디지털뷰에서 한 번에 15초씩, 하루 150회 노출될 예정이다. 그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실종 광고가 나가는 만큼 다나하시를 찾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 보도 이후 국내외 언론의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방송사들의 아침 정보 프로그램과 다큐 프로그램 등이 다나하시 실종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TV아사히는 다나하시 실종에 대한 한국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5일 오후 5시 저녁 뉴스를 통해 보도했다.

송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