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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물가 불안은 정공법으로 풀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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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연초부터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제원유는 배럴당 90달러의 초강세를 보이고 설탕·밀가루 같은 원자재 가격도 뛰고 있다. 도시가스와 LPG 요금 등 공공요금도 많이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3% 수준의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가와의 전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해 달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동원될 모양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불안에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다짐했고, 공정거래위원장은 “물가 안정에 대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물가가 불안할 때마다 대증요법(對症療法)에 지우쳤다. ‘MB물가지수’를 만들고 주요 생필품 업체들의 팔을 비틀었다. 그러나 ‘물가 단속’의 칼은 부작용만 낳았을 뿐 효과는 없었다. MB물가지수는 일반 물가지수보다 더 올라 폐기처분됐다. 올해도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 작금의 물가 불안은 외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로 달러값이 싸지면서 국제원자재 가격이 올랐다. 중국의 저비용 구조가 막을 내리면서 지난 연말부터 중국발(發) 인플레이션도 가세했다. 기후 온난화라는 자연재앙까지 겹친 복합 인플레다. 물가 단속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수요팽창에 따른 수요견인(demand-pull)형 인플레는 처방이 간단하다.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은 줄이면서 증세(增稅)를 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비용상승(cost-push)형 인플레에는 만병통치약이 없다. 함부로 덤비다간 경제 전체가 고통을 치르는 홍역을 앓게 된다. 정공법(正攻法)이 유일한 대안이다. 경제 현실과 거리가 있는 기준금리와 환율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 과잉유동성을 걷어들이고 점진적인 통화절상을 통해 수입물가 압력을 낮춰야 국민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꺾을 수 있다. 또한 국제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고통 분담에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비용상승형 복합 인플레를 참고 견디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가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고집하거나 물가 단속에 나설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