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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희〉, 미스터리 전개로 '조마조마'

중앙일보

입력

MBC 월화극 '국희' 가 인기다.
SBS '은실이' 에 이어 '쿠키' 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또 다시 시대극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요즘 방송사 월화극은 기획부터 아예 시대극으로 못을 박는 분위기다.

70부작 내내 주인공이 아역으로 머물렀던 '은실이' 에 비해 '국희' 는 어린 시절과 그 이후를 확연히 구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서 드라마의 전개 방식도 꽤 다르다.

'은실이' 의 중심에 티격태격하는 주변인물들의 정감 어린 일상사가 자리잡은 반면 '국희' 는 이보다 노련하게 접근한다. 나름의 공식이 드라마에 복잡하게 녹아있단 얘기다.
이를 분석해본다.

◇ 어린 시절 설정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아역 시절을 설정하는 것은 일면 모험이다.
중심에 설 만큼 연기력이 탄탄한 아역 배우가 드문 게 첫째 이유. 또 어른으로 바뀌면서 극 전개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과 성인시절을 반반씩 그리기로 했던 '은실이' 가 기획 당시의 방향을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국희' 는 여기에 정면 도전을 걸었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6회분까지 아역 국희를 맡았던 박지미양의 '당당한 콩쥐' 연기가 초반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 시청자들은 남의 집에서 구박을 받으면서도 할말은 하는 국희에게 정이 들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국희는 더 이상 드라마 속의 가공 인물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자라는 모습을 보아온 이웃의 누군가가 되고 시청자는 그의 장래가 궁금해진다.
결국 연기자가 바뀌어도 여전히 국희를 찾게 된다.

◇ 미스터리 전개방식

전반부에서 일본에 대항해 싸우는 독립군의 활약상이 정적인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해방이 되고 국희가 성인이 되는 7회 이후엔 전형적인 미스터리 전개방식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국희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그것이다.
등장 인물은 이를 풀기 위해 미로 속에서 갈팡질팡하게 되고 정답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무릎을 치는 안타까움으로 지켜보는 식이다.

◇ '그때 그 시절' 의 정겨움

지난 날들은 추억이 되는 법. 하지만 과거가 너무 멀면 젖어들 '옛날' 이 없어진다. '국희' 는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절한 시대를 택했다.
몽당 연필과 어설픈 간판의 가게들, 자전거에 빵을 싣고 다니며 파는 풍경 등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신들과 닿아있는 추억의 한 단면을 다시 보게 된다.
한마디로 드라마를 통해 흑백앨범을 뒤지는 식이다.

◇ 아쉬운 점

나름대로 현실성을 구현하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민권(손창민 분)의 캐릭터가 비현실적이다. 생동감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곽에 서있는 인물이라면 단순화시켜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민권은 드라마 중심에 서있는 주인공이다.
그런데도 '백마 탄 왕자' 처럼 깔끔하게만 묘사되는가 하면 국희 아버지의 유언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국희 아버지의 암살에 관한 비밀이 우연성을 남발하지 않고도 설득력 있게 그려질지 주의깊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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