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NIE] 주제 학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심미향 NIE 연구위원이 “신문마다 같은 사안이라도 시각 차이가 있다”며 다양한 신문의 1면 기사를 보여주고 있다. [최명헌 기자]

겨울방학엔 부모와 자녀가 한자리에 모일 시간이 많다. 추운 날씨 때문에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서다. 이럴 때 NIE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주제 학습을 시작해보자. 아이가 직접 학습할 주제를 정하고 부모는 공부거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초등 저학년= 최지은(42·서울 서초구)씨는 초등 3학년에 올라가는 큰 아이 양호연(서울 서일초 2)군을 위해 매일 신문 스크랩을 하고 있다. 엄마가 신문을 읽으며 아이가 흥미 있어 할 만한 사진이나 기사를 골라두는 것이다. 신문 일기에 쓸 기사는 호연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다. 주로 일기장에 마음에 드는 기사를 붙이고 육하원칙을 찾아 정리하거나 제목을 바꿔보는 활동을 한다. 본지 지난해 12월 30일자 19면에 실렸던 ‘늘 배고팠던 꼬마, 제빵사 꿈에 한걸음 더’라는 기사를 읽은 뒤엔 줄거리를 요약해보기도 했다. 호연이는 “나랑 나이가 비슷한 민수·현수 형제가 부모님도 없이 할머니랑 살면서 요리 경연대회에 나가서 2등을 했다는 내용”이라며 “부모님 말도 잘 안 듣고 신경질도 잘 부리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신문 사진을 활용하면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본지 지난해 12월 23일자 6면에 실렸던 ‘WSJ가 뽑은 올해의 사진’으로는 말풍선 넣기를 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상상해 말풍선을 그려 가상의 대화를 적어 넣었다. 김정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진에는 “너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라고 썼다.

최씨는 “기사 분량이 길어 아이가 읽기 힘들어 하면 내가 대신 읽고 내용을 들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사를 놓고 엄마와 대화만 나눠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에게 억지로 읽기를 강요하면 오히려 신문을 싫어하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엄마가 신문을 가까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재미있는 기사 내용을 들려주다 보면 아이도 자연스레 신문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초등 고학년= 김선호(경기도 성안초 5)군은 이번 방학 동안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해 신문의 국제면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하기로 했다. 선호처럼 올해 6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교과서 개편으로 인해 초등학교에서 역사를 배우지 못한다. 학교 진도상으로는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 어머니 이정연(40·경기도 안산)씨는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세계 역사와 지리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국제면 스크랩을 권했다”고 말했다.

방법은 신문 일기 쓰기와 비슷하다. 신문 지면을 오려 4절지 크기의 스케치북에 붙인 뒤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점’ ‘재미있는 내용’을 골라 정리하는 식이다. 내용에 따라 만화로 재구성해보거나 광고 만들기 등으로 각색해볼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29일자 본지 국제면에 실렸던 ‘세계는 지금’이라는 기사는 책 광고로 바꿔봤다. 중국 관광객이 중국 내에서는 유통이 금지된 책을 쇼핑하기 위해 대만이나 홍콩을 찾는다는 기사를 읽고 이들을 타깃으로 한 ‘도서 대방출’ 광고를 만들어 봤다.

이씨는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선호 책상 앞에 세계 지도와 우리나라 전도를 붙여줬다. 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나라를 지도에 표시하고, 우리나라와의 관계 등을 빈 공간에 적어보게 했다. 선호는 “스크랩을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소식을 접하니 TV 뉴스도 더 잘 이해가 된다”며 “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벽에 붙여 놓은 세계 지도가 내가 적어 놓은 메모로 빽빽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학생= 신문은 독서의 지평을 넓혀주기도 한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 읽거나 소설 내용과 비슷한 일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 기사를 읽어보면, 책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질 수 있다. 신문에 등장하는 인물 중 관심을 끄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을 골라 읽기도 한다. 예컨대 박칼린 뮤지컬 예술감독이나 축구선수 박지성에 대한 기사를 읽은 뒤 그들의 에세이집을 찾아 읽어보는 식이다.

손현수(서울 양정중 1)군은 겨울방학 동안 읽을 책을 10권 고른 뒤 관련 기사부터 찾았다. 현수는 “중앙SUNDAY에 시리즈로 연재되는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라는 기사를 모으고 있다”며 “방학 동안 『어린왕자』를 읽을 계획인데 저자 생텍쥐페리에 대한 기사도 있어 미리 훑어봤다”고 말했다.

심미향 NIE 강사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벼운 책도 신문 기사와 연계해 읽으면 세상을 보는 안목과 기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라는 책은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수행평가를 모아 엮은 책이다.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재미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부담 없이 읽기에 좋다. 심 강사는 “등장인물이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자신의 나이와 신분을 속이는 부분이 나온다”며 “이를 ‘미네르바’나 ‘타진요 사건’과 연관 지어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로 확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방학 동안 NIE로 아이와 주제 학습하기

1. 주제를 정한다.

신문에서 탐구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관련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한다.

예: 이상기후, 환경오염, 북한, 기부 등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정해 기사를 스크랩하고 느낀 점을 정리한다.

2. 스크랩은 부모가 도와준다.

책은 잘 읽는 아이도 혼자서 신문을 읽기는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 자녀와 스크랩할 때도 부모가 먼저 신문을 읽고 기사 내용을 알려주는 편이 낫다.

3. 아이의 생각은 신문의 구성 요소를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신문의 구성 요소는 기사·사진·만화·광고 등이다. 글 외에도 시각적인 요소를 활용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기사를 읽은 뒤 생각을 표현할 때도 글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림이나 만화 등을 활용해 여러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다.

4. 스크랩한 결과물은 모아 한 권으로 엮어둔다.

스크랩 작품을 스케치북 등에 한 권으로 모아놓으면 방학이 끝난 뒤에도 결과물을 보관할 수 있고 아이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