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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시청률 가지고 함부로 얘기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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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10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로 여자 최우수상을 받은 문근영.

“단순히 시청률로 평가 받는 현실 속에서,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열악하다. 드라마를 마음껏 만들 수 있도록 방송국과 제작사 측의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KBS 연기대상 최우수상 문근영)

 “우리가 드라마를 할 때 그 과정이 참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한다. 시청률 갖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 달라.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는 그 순간 진심을 갖고 한다.”(SBS 연기대상 대상 고현정)

 2010년을 결산한 지상파 방송 3사 연기·연예대상이 ‘수상 소감 후폭풍’을 낳고 있다. 여느 해처럼 나눠먹기 공동 수상, 자화자찬식 행사 진행이 빈축을 산 가운데 일부 수상자의 ‘개념 소감’이 두드러진 것이다(‘개념’은 바람직한 언행을 수식하는 인터넷 은어). 특히 톱 연기자들이 열악한 제작 현실과 시청률 지상주의를 꼬집어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마 제작 이대론 안돼=지난달 31일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로 KBS 여자 최우수상을 탄 문근영은 “상을 타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어떤 현장에서도 스태프·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데, 그 고생이 조금이나마 보람되기 위해서는 드라마 제작 현장이 개선돼야 한다”며 “나 또한 맡은 바 임무인 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은 한류 붐을 입증하듯 세계 55개국에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중계방송됐다. 세계인을 상대로 ‘신문고’를 울리는 듯한 문근영의 발언에 네티즌들은 “개념 연예인답다” “방송사가 각성해야 한다”는 댓글을 쏟아냈다.

‘2010 SBS 연기대상’ 대상을 받은 고현정.

SBS 연기대상의 고현정도 쓴소리를 냈다. “배우들은 대본이 어떻든 간에 최선을 다해서 한다”며 “이 배우가 어떻네 하면서 시청률을 가지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시청자를 훈계하는 듯한 어조가 논란을 부르기도 했지만, 뼈대는 막무가내식 제작 현장에 대한 질타였다.

 고현정의 ‘대물’은 작가·연출자가 교체되는 내홍을 겪으며 초반 돌풍을 이어가지 못했다. 연출자와 작가 사이의 의견 대립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의 힘겨루기로 번지면서 제작 현장에서 혼란이 컸던 탓이다. 고현정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모든 드라마를 일주일에 한 회씩만 만들면 좋겠다. 지상파 TV에서 일주일에 130여분씩(두 회) 방송하는 드라마가 10여 편이다 보니 힘든 점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거시적 정책 변화 있어야=드라마 제작 문제점은 최근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SBS ‘아테나’ 간담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정우성이 ‘촬영 허가제’를 요구하는 등 뼈 있는 발언이 쏟아졌다. 방송 관계자들은 쪽대본(급히 만든 짧은 대본)에 회당 60분 이상인 방송 분량, 턱없이 늘어난 미니시리즈 등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문제를 거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BS 드라마센터 특별기획총괄 구본근 국장은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드라마 제작이 기형적으로 굴러온 측면이 있다. 종합편성채널까지 더해지면 경쟁이 심화될 건데, 여건 개선을 위해선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제작사협회 김승수 상임이사도 “톱연기자들은 그나마 높은 몸값으로 수혜를 받는 쪽”이라며 “한국적 특수상황에서 기댈 곳은 수신료를 받는 KBS뿐이다. 시청률 경쟁에 치우치지 말고 유익하고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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