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한민국 암 대해부 - 3부 암에 올인하는 병원들 <상> ‘암 고객’ 모시기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 암센터는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사후관리도 신경 쓰고 있다. 암 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 요가강습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 강남구 비에비스나무병원은 2008년 9월 문을 열면서 위·대장 등 소화기 관련 내과 진료를 주로 했다. 그러다 지난해 중반부터 위암 수술을 늘리기 시작해 올해는 월평균 20건의 수술을 했다. 위 내시경 검사에서 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늘면서 수술이 증가했다. 이 병원 김정하 대리는 “암 환자가 지급하는 돈이 병원 운영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암 환자가 70만 명을 넘어서면서 병원들이 앞다퉈 암 환자 진료에 나서고 있다. 대형 병원은 물론 비에비스나무병원(40병상)과 같은 크지 않은 병원도 암 진료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시설·장비에 투자하며 환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1999~2008년 암 진단을 받고 생존 중인 환자는 72만4663명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그동안 연간 3.3% 늘던 암 환자가 2010~2020년에는 증가율이 5%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암 진료비(건강보험)는 3조2832억원으로 5년 만에 1.5배 늘었다. 지난해 비보험 진료비도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단 박은철 단장은 “암에 투자하지 않으면 큰 병원, 일류 병원 소리를 듣지 못한다”며 “한국의 암 치료 수준이 올라간 데는 의료기관들의 선제적 투자가 한몫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암 환자 한 명이 진단을 받으면 1년 동안 1000만원가량을 쓰는데, 암센터들이 여기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암 환자를 한 번이라도 진료한 적이 있는 병원은 1만2588개. 전체 의료기관의 42%다. 이 가운데 암 수술을 하는 병원도 2004년 310개에서 지난해 348개로 늘었다. 암을 전문으로 하는 암센터가 있는 종합병원이 54개에 달한다(복지부 2월 집계). 본지 조사 결과 이 중 서울대·세브란스·분당서울대·가천의대·경희대·고신대·건양대 등 9개 병원이 적게는 300억원, 많게는 2500억원을 들여 암센터를 새로 짓고 있다.

 기능 재편도 한창이다. 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과 국립암센터 등 ‘빅6’는 종합 암센터로 변신 중이다. 통합진료 개선, 항암제나 새로운 치료법 연구 등을 선도한다. 또 입원 기간을 단축하고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외래 환자로 돌려 환자 적체를 줄이고 있다.

 입원 기간이 줄면 환자는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강북삼성병원은 ‘거꾸로 전략’을 쓴다. 진단에서 검사, 수술, 항암치료까지 입원해서 원스톱으로 서비스한다. 최모(42·서울 서초구)씨는 20일 위암 진단을 받고 21일 입원해 24일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최씨는 “집에 왔다갔다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진료를 받아 편리하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도 활발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갑상샘·소화기암에, 한림대 강동성심병원은 두경부암에 집중한다.

  암 병원이 늘지만 치료 잘하는 병원 정보는 부족하다. 정부가 병원별 생존율이나 사망률 등의 지표를 공개하지 않아서다. 과잉투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양전자단층촬영(PET-CT)이나 토모테라피(첨단 방사선 항암치료기) 등 고가 장비를 경쟁적으로 들여오거나 수도권 병원들이 지방 환자를 빨아들인다는 비판도 따른다. 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세브란스 등 4대 병원이 위·간·대장 등 6대 암 수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2004년 26.5%에서 조금씩 올라가 지난해에는 28.1%가 됐다.

◆특별취재팀=신성식 팀장, 박태균·황운하·이주연·배지영 기자, 홍혜현 객원기자(KAIST 교수)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