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3005만원. 빚을 갚고 남는 진짜 재산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에서 중간 수준의 가구다. 상위 20%에 드는 부자는 평균 7억6727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처음 조사한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2억7268만원, 부채는 4263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둘을 합친 순자산은 2억3005만원이었다.
자산 가운데는 부동산이 4분의 3을 차지했다. 자기 집 1억1564만원, 땅 3740만원 등 부동산 자산은 2억661만원으로 전체의 75.8%에 달했다. 금융자산은 5828만원으로 21.4%에 불과했다.
부채는 금융부채가 2884만원으로 전체의 67.6%를 차지했다. 32.4%는 임대보증금이었다. 금융부채 가운데 담보대출은 2329만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81%에 달했다.
전체 가구의 59.5%는 빚을 지고 있었다. 빚을 지고 있는 가구의 평균 빚은 7165만원이었다. 소득이 많을수록 빚을 진 가구 비율이 높아 하위소득 1분위 가구는 28.8%, 상위소득 5분위 가구는 75.3%가 빚을 지고 있었다.
또 순자산이 많은 가구일수록 빚을 진 가구의 비율도 높았다. 순자산 1분위(하위) 가구는 45%, 5분위(상위) 가구는 70.4%가 빚을 졌다. 우리나라의 순자산은 상위 10% 계층이 전체의 47.2%를 점유하고 있다. 하위 50%는 8.9%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순자산 10분위 점유율은 핀란드(45%)와 영국(45%), 이탈리아(42%) 등보다 높지만 미국(71%), 스웨덴(58%), 독일(54%) 등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자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3이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자산 배분이 더 평등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캐나다(0.75), 미국(0.84), 영국(0.66)보다 낮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로는 중간쯤이다.
가구주의 연령대별로 보면 자산보유 가구의 평균 자산은 50대 가구가 가장 많은 3억5848만원이었다. 빚이 있는 가구의 비율은 40대가 가장 높은 71.1%였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가구의 자산은 평균 3억6312만원, 비수도권은 1억9439만원이었다. 순자산은 수도권이 평균 3억305만원인 반면에 비수도권은 1억6614만원이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대출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에 더 의존했다. 신용대출 비중은 1분위가 15.6%인 반면에 5분위는 9.5%에 그쳤다. 반면 담보대출 비중은 1분위가 38.7%로 가장 낮고, 소득이 많을수록 높아져 5분위는 57.1%를 차지했다.
설문조사에서 빚이 없는 가구는 1년 뒤에도 빚이 없을 것으로, 빚이 있는 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빚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는 “소득 4~5분위의 고소득 계층에 총부채의 71.2%, 총자산의 66.7%가 집중된 점과 재무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다만 빚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질 경우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통계청이 금감원·한은과 함께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1만 표본가구를 조사해 얻은 것이다.
허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