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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저지망, 민항기 비용·위험 높여

중앙일보

입력

군용기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초과저지망이 군비행장을 이용하는 민항기의 연료비와 사고위험 부담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공항과 제주공항, 청주공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군비행장에는 공군교범 5의 346항 항공교통관제 기준 및 세부절차에 따라 활주로 양쪽 끝에 배구네트 모양의높이 1.6m인 초과저지망이 설치돼 있다.

초과저지망은 전투기 등 군용기가 이륙에 실패했거나 불시착했을 경우 이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이륙하는 반대방향의 활주로 끝에 설치된다.

그런데 관제탑은 수시로 발생하는 공항주변의 기상변화에 따라 활주로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에 따라 이 네트의 위치도 변경해야 하는데 현재 대다수의 군비행장은 군병력과 소방차를 이용, 이를 일일이 수동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대략 10-15분이 걸린다.

따라서 군비행장을 이용하는 민항기는 이 작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공항주변상공을 맴돌 수밖에 없다.

지형조건 때문에 기상변화가 잦은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 김해공항은 이러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에 항공기가 공중을 선회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5일 부산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지난 97년 한해동안 기상변화로 인한 김해공항의 활주로 변경횟수는 모두 360차례로 집계됐다.

또 초과저지망의 위치변경 때 공중선회한 민항기는 평균 2대로 나타났고 김해공항은 고속활주유도로가 없기 때문에 이 비행기들이 모두 착륙하는 데는 23분이라는 아까운 시간이 흐른다.

그런데 김해공항을 운항하는 대표적인 항공기인 A300 기종은 운항시 분당 160LBS(1 갤론=약 6.66LBS)의 기름을 소비하기 때문에 초과저지망의 위치변경지연에 따른 항공유 손실량은 연간 19만8천919 갤론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현재 항공기에 사용되는 면세유가 갤론당 900원하는 것을 감안할 때 김해공항에서 발생하는 연간 연료손실액만 해도 1억7천9백여만원에 이른다.

이를 민항기가 취항하는 모든 군비행장으로 확대하면 연료손실액은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부산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초과저지망 위치변경은 공항주변 상공에 민항기의 밀집도를 높여 충돌위험도 높여준다"고 지적했다.

공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료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상조건이 좋지 않을 때는 소방대를 비상대기시켜 초과저지망 변경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다 신속한 변경을 위해 경남 사천비행장 등 일부 군공항의 초과저지망을 자동장치로 교체했고 공군본부차원에서 모든 군공항에 대한 자동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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