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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에 5000t급 함정 접안부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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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도발로 포화가 일었던 서해 5도. 내년이면 3200t급 광개토대왕함(사진)이 안정적으로 이곳 해역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백령도에 3000t급 항만이 완공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또 백령도·대청도·독도 등 전략적 요충지를 ‘국가관리항’으로 지정해 5000t급 함정의 접안시설을 만들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내년부터 서해 5도에서 한국형 구축함(KDX-I·3200t급)의 활동반경이 확대된다. 안보상 중요한 지역의 항만에 5000t급 함정의 접안이 가능한 시설을 만들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국토해양부는 27일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연평도·백령도 등 안보 요충지의 항만을 국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관리항’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토부는 백령도(용기포항)와 연평도(연평도항), 대청도(대청항) 등 서해 5도의 3개 섬과 울릉도(사동항)·독도 등 전략적 요충지를 국가관리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현행 항만법은 항만의 종류를 해외와 교역하는 무역항(부산항·인천항 등)과 국내선들만 오가는 연안항 두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에 따라 연평도와 백령도 등은 연안항으로 지정돼 있다.

연안항 예산편성은 중앙정부가 하지만, 집행권과 관리권은 지자체가 갖는다. 익명을 원한 국토부 관계자는 “연안항으로 그대로 둘 경우 비상상황 시 대처가 늦는 데다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서해 5도와 같은 전략적 요충지와 국가의 영토관리에 있어 중요한 울릉도·독도를 직접 관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항만법 개정안은 의원입법(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으로 발의된 상태다.

 이미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백령도 용기포항에선 현재 3000t급 선박을 접안할 수 있는 항만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애초 2012년 완공 계획이었으나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공기를 앞당겨 내년에 완공키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 예산심의에서 35억원을 늘려 146억원을 편성했다. 내년에 확장 공사가 끝나면 한국형 구축함 1단계 사업으로 건조된 3200t급 광개토대왕함·을지문덕함·양만춘함 등이 접안할 수 있게 된다. 서해 5도에서 안정적으로 해상작전을 전개할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연평도에서는 1000t 이하의 선박을 접안할 수 있도록 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300t급 규모의 선박만 댈 수 있는 연평도항은 항만 침식이 많이 진행된 까닭에 변변한 해경 선박도 접근하기 어려웠다. 국토부는 향후 연평도를 국가관리항으로 지정, 5000t급 접안 시설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정도 시설이라면 충무공이순신함(KDX-Ⅱ·4370t)이 접안할 수 있다. 이순신함은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맡을 만큼 활동 반경이 크다.

 전문가들은 국가관리항 도입을 ‘전진기지 조성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한다. 해군 2함대 사령관을 지낸 박정성 국가안보점검위원은 “육지에서 병력을 증파한다든지 대포와 포탄 등 전쟁물자를 긴급 수송하기 위해서는 접안 시설과 물양장이 있어야 한다”며 “섬에 붙어 있으면 적의 유도탄 공격도 무력화할 수 있어 전략적 가치가 커진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울릉도와 독도도 국가관리항으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개정안이 명기하고 있는 ‘국가 해양영토 관리상 중요한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독도의 경우 국가관리항으로 지정하더라도 곧바로 항만 확장 공사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의식해서다.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이 밖에 가거도·대흑산도·추자도·화순항·강정항 등도 국가관리항 지정이 검토되고 있다. 대형 여객선을 오가도록 해 주민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비상시 해경 선박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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