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식 앞둔 부산영화제의 성과와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23일 폐막식을 갖고 열흘간의 일정을 마감한다.

이번 영화제기간에는 9개 부문에 걸쳐 모두 53개국에서 207편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유료 입장객수만 18만여명에 이른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는 상영작으로는 지난해보다 4편이 적었으나 참가국수로는 오히려 13개국이 많았고 관객수도 1만여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반적으로 출품작 수준과 운영면에 있어서는 지난해보다 크게 발전했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대중성이 떨어지는 등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성과=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다음달 초 창립될 `부산영상위원회'(Pusan Film Commission)와 사전 영화제작 시장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의 정착을 꼽을 수 있다.

부산시가 계획중인 부산영상위원회는 영화촬영 및 제작지원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다음달초 창립 총회를 갖고 촬영 유치와 로케이션 서비스, 세트 지원, 촬영지원,후반작업(편집, 녹음, 현상) 업체 유치 등과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

이는 부산시가 영화제를 산업과 연계해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성공할 경우 국가 경제 및 지역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2회째를 맞는 PPP가 정착단계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이번 PPP에는 4백여명의 국.내외 제작자 및 투자자들이 참여했으며 지난해 70건의 두배가 넘는 160건의 상담이 성사되는 성과를 올렸다.

또 MK2, 미라맥스, 카날 플뤼스, 판도라 필름, 파인라인, 포니 캐년, 니카츠, NHK 등 일본, 미국, 유럽의 메이저 제작사 관계자들이 상당수 참여, 프리마켓인 PPP의 위상이 강화됐음을 입증했다.

이와 함께 부산시가 2002년까지 총 100만달러 규모의 부산펀드를 조성, PPP프로젝트 중 1-2편을 골라 제작을 지원할 방침이어서 PPP는 앞으로도 부산영화제만의 독특한 행사로 계속 성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이번 영화제로 상영관 주변 상가들이 최고 100%의 매출액 신장을 기록하는 등 모두 2백여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됐다고 시는 분석하고 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도 상당했는데 국제적으로 부산의 이미지를 끌어올렸다는 것과 함께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끌어올렸다는 것이 중요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밖에 영화제를 계기로 서면과 해운대 등지에 각종 멀티플랙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독점이던 영화 배급.유통망이 경쟁체제로 돌입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문제점= 성과도 많았지만 4회째를 맞으면서 일부 프로그램은 질이 떨어졌다거나 운영상의 문제도 노출되는 등 반성해야할 점도 많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영화제에 배우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제는 감독뿐만아니라 유명 배우들을 보기 위해 관객이 몰리는데 올해는 영화제 관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국내.외 배우가 없었다.

국내배우로는 안성기와 박중훈, 강수연, 명계남 등 1회때부터 계속 참석하고 있는 배우들이 올해도 영화제 분위기를 이끌었으나 다소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영화 〈거짓말〉팀이 관객과 만나는 시간이 있기는 했으나 이정재, 정우성, 앤디류(유덕화) 등 젊은 관객의 취향에 맞는 배우들이 대부분 참석계획을 취소,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초청된 작품중 올해는 동남아지역 영화가 호평을 받았으나 주최국인 국내 작품은 개막작 〈박하사탕〉과 내용상 화제가 된 〈거짓말〉을 빼고나면 주목을 끈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올해는 영사사고를 줄이기 위해 영화제 기간을 2일 늘리고 상영관을 4개 늘렸으나 개막작품부터 영사사고가 일어나는 등 운영상의 문제도 여전히 노출돼 국제영화제의 위상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같은 모든 문제는 국내 작품에 대한 영화제 일부 프로그래머의 준비부족과 함께 4회째에 들면서 조직위가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파생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들이 지속될 경우 3회때까지의 명성을 듣고 찾은 관객과 외국 영화인들이 내년부터는 발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제= 영화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객과 국내.외 영화인들을 계속 불러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산시는 내년 예산에 이미 10억원을 반영, 영상위원회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2002년까지 100만달러의 PPP기금도 조성하는 등 영화제 발전의 기반을 다져주고 있다.

이같은 기반위에 조직위가 보다 성의있게 축제를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부산영화제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영화제를 지켜본 주위 사람들의 의견이다.

또 관객없는 영화제는 있을 수 없고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취향에 맞는 이벤트를 마련해야한다고 영화제 조직위 관계자조차 말하고 있다.

이밖에 영화제 전용관 마련과 비디오실 개선 등 1회때부터 줄곳 지적돼온 시설적인 측면도 영화제 발전에 중요한 관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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