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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1.7배 7만7000t급 배 들여와 한류 마케팅으로 중국·일본 관광객 유치”

중앙일보

입력

이르면 내년 7월부터 부산에서 대형 크루즈선을 타고 일본을 거쳐 중국이나 동남아로 가는 여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선상 야외수영장에선 한가롭게 물놀이와 일광욕을 즐기고, 실내 공연장에선 소녀시대 같은 톱스타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올댓크루즈란 국내 기업이 부산을 모항으로 7만7000t급의 크루즈선을 들여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다. 배 이름은 ‘한류스타호(가칭)’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의 한류팬도 크루즈 승객으로 적극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4000억원의 자금 조달과 원활한 승객모집이 관건이긴 하지만 성사되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큰 크루즈선이 등장하게 된다. 관광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정책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도 한국형 크루즈 여행 활성화와 인프라 확충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올댓크루즈 이강옥(37) 대표는 21일 오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흔히 크루즈라고 하면 상류층의 호화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중산층도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여행상품”이라며 “1인당 요금이 150만~200만원 수준이고 미성년자는 무료이기 때문에 웬만한 동남아 여행상품과 비교해도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조달 부문은 이미 선박투자 전문회사인 KSF선박금융과 업무제휴를 맺었다”며 “내년 4월께 선박펀드를 조성해 금융권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3대 크루즈 선사에서 선박 도입”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이라면 어떤 배를 들여오는 건가.
“세계 3대 크루즈 선사가 보유한 7만7000t급의 대형 크루즈선이다. 승객 2100명과 승무원 750명이 한꺼번에 탈 수 있다. 배 안에는 950개의 객실과 수영장·공연장·레스토랑 및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배의 총 길이는 270m에 13개의 데크(층)가 있다. 쉽게 말해 바다에 떠다니는 ‘13층짜리 특급 리조트’다. 영화로도 유명한 타이타닉호(4만6000t급)와 비교하면 약 1.7배 크기다.”

-세계 3대 크루즈 선사라면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나.
“현재 세계 크루즈 시장은 카니발(미국)과 로열 캐리비언(미국), 스타크루즈(홍콩)의 3개사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한 곳에서 배를 들여오는 것을 협상 중인데 아직 구체적인 이름은 밝힐 수 없다.”

-배값이 비싸지 않나. 자금 조달 계획은.
“약 4000억원이 필요하다. 자금 조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KSF선박금융이 조성할 예정인 선박펀드다. 배의 소유권은 선박펀드 투자자들에게 있고 올댓크루즈는 선박운항을 맡는다. 7년 동안 원리금을 갚아나간 뒤 소유권을 이전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선박펀드는 목표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의 두 배 수준이어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총 객실의 20% 이내에서 콘도식 회원권 분양도 구상하고 있다.”

-국내에서 크루즈선 운항은 처음인가.
“국적 대형 크루즈선 운항은 최초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1만~2만t 규모의 소형 크루즈선은 이미 있었다. 이런 배는 사실 크루즈선이라기보다 유람선에 가깝다. 배가 작으면 객실이나 편의시설도 협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크루즈 업계의 동향을 봐도 대형화를 통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확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 크루즈선이 부산이나 인천에 들렀다 가기도 하지만 대개 부정기 운항이다.”

-대형 크루즈선을 정박할 항구는 있나.
“현재 8만t 이하 크루즈선 전용 선석이 있는 곳은 부산항뿐이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주차장이 부족한 실정이다. 뒤집어 보면 먼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 선점 효과가 클 수 있다. 인천항은 2014년 무렵 완공 예정이다. 현재 인천에 입항하는 크루즈 승객들은 화물 터미널에 내릴 수밖에 없어 불편이 많다. 앞으로 정부가 크루즈 관광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입항시설을 대거 확충할 계획이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

“여름엔 한·중·일, 겨울엔 동남아 운항”
-언제부터 운항할 계획인가. 운항 노선은.
“여름 휴가철을 겨냥해 내년 7월 운항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운항 노선은 계절에 따라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려고 한다. 대개 일주일 정도에 3~4개국을 도는 일정이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한·중·일 노선을 기본으로 하면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11월부터 4월까지는 홍콩·필리핀·싱가포르·태국 등 동남아를 돌려고 한다.”

-요금이 비싸지 않나.
“1인당 200만원 이하 요금에 배값과 숙박비, 호텔 레스토랑 수준의 식사비가 포함돼 있다. 게다가 만 18세 이하는 세금과 비자 수수료 정도만 내면 부모와 함께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면 가까운 동남아를 가더라도 그 정도 돈이 든다. 올해 해외 출국자 수는 1200만 명 수준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해외여행이 보편화됐다는 뜻이다. 크루즈 여행의 잠재 고객은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 승객보다는 중국·일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야 하지 않나.
“당연하다. 내부적으로 한국 승객은 약 30%, 중국·일본 등 외국인은 70% 선으로 잡고 있다. 중국·일본 관광객 유치에는 한류 마케팅을 활용하려고 한다. 보아·소녀시대 등 한류 스타의 공연을 배 안에서 관람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SM아트컴퍼니와 업무제휴도 맺었다. 최신 한국 영화도 육지와 배 안에서 동시 개봉할 계획이
다.”

-크루즈 여행의 장점은 뭔가. 승객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흔히 크루즈는 ‘여행의 꽃’이라고 부른다. 낮에는 기항지에서 관광하고 밤에는 돌아와 배 안에서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비행기 여행은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불편하게 이동하고 호텔이 바뀔 때마다 무거운 여행가방을 쌌다 풀었다 해야 한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은 호텔 같은 객실에서 편안히 자고 있으면 배가 알아서 다음 목적지로 데려다 준다. 배가 워낙 크기 때문에 멀미를 걱정할 필요도 별로 없다. 과거에는 은퇴자 등 나이 든 사람이 많았지만 점차 30~40대로 승객의 평균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대부분 가족 단위 여행객이고, 신혼여행으로 크루즈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내부 편의시설은 어느 정도인가.
“웬만한 고급 리조트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수영장은 성인용과 아동용으로 구분되고, 청소년·아동을 위한 영어캠프와 놀이방도 운영한다.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대형 레스토랑이 세 군데 있고, 추가 요금을 내는 중소형 레스토랑도 다양하게 들어간다. 대형 공연장과 선상 카페·바·스파·피트니스센터·회의실 등도 있다.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겨냥한 건강검진센터와 한방의료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예컨대 성형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 있으면 배 안에서 상담을 받고 국내 병원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크루즈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2000년 이후 세계 관광시장은 연평균 4% 정도 성장했다. 반면 세계 크루즈 관광시장은 연평균 12%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에선 크루즈 관광이 활성화되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는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골프 붐이 국민소득 증가에 훨씬 앞서서 찾아왔듯이 크루즈도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아시아 각국에선 크루즈 선박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국가 간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도 대형 크루즈선 도입이 필요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크루즈 승객 한 명이 입국하면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가 들어온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정완(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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