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 (197) 금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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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전이 가장 격렬했던 1958년 8월 말 장징궈(왼쪽에서 첫째)도 금문도에 있었다. 장징궈는 금문도를 123차례 오갔다. 김명호 제공

마오쩌둥은 예페이를 통해 8·23 금문포격전을 지휘하고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마오의 의중을 파악한 예페이도 샤먼전선으로 복귀했다.

8월 하순, 푸젠(福建)군구 사령관 한센추(계급은 예페이와 같았지만 직급이 위였다. 한국전쟁 시절 서울을 점령했다.)가 공군사령관, 포병사령관과 함께 샤먼전선을 시찰 나왔다. 한센추와 공군사령관은 폭격기를 띄우자고 제안했다. 폭격기는 전투기의 엄호가 필요했다. 금문도 상공에서 미 공군과 충돌이 불가피했다. 예페이는 난처했지만 이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군사위원회와 마오 주석에게 보고할 것을 제의했다. 마오는 예페이의 손을 들어줬다.

샤먼의 중공군 포대는 금문도로 향하는 국민당군의 수송함들을 포격해 금문도를 고립시켰다. 금문방위사령부는 대만에 포탄과 식량 보급을 재촉했다. 포탄은 거의 소진되고 예비식량도 보름치밖에 없었다. 장제스는 보급망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 측에 수송함 호위를 요청했다. 9월 4일 중국 외교부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해(領海)를 12해리로 못 박아 버렸다.

9월 7일 대만과 미국은 해상 편대를 조직했다. 미국 군함들이 국민당군의 군함과 수송함을 에워싸고 금문도로 향했다. 이건 단순한 군사행동이 아니었다. 포격 여부를 전선지휘관이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1988년 11월, 예페이는 당시에 마오와 주고받은 급전의 내용을 공개했다. “포격에 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 함정도 때릴까요?” “그건 건드리지 마라. 장제스 군함만 때리되 금문도에 도착했을 때 해라. 매시간 저들의 위치를 보고해라.” “만약 미군함정이 우리에게 포격을 가하면 어떻게 하죠? 반격합니까?” 마오의 명령은 단호했다. “반격하지 마라.” 예페이는 다시 물었다.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작전명령을 받은 각 포대와 공군·해군의 지휘관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예페이에게 문의가 빗발쳤다. “엄격히 집행하라는 마오주석의 명령”이라는 말 한마디로 이들을 진정시켰다.

국민당군의 수송함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은 마오는 발포명령을 내렸다. 국민당 군함과 수송함이 시꺼먼 화염에 휩싸이자 미군 군함들은 대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보고를 접한 대만 측은 황급히 미국 친구들의 동향을 물었다. 금문방위 사령부는 “친구는 무슨 놈에 친구, 내빼버렸다”며 갖은 욕설을 다 퍼부어댔다. 암호도 사용하지 않았다. 장제스도 한마디 내 뱉었다. “훈단(混蛋)!”

보급이 단절된 금문도는 9월 말이 되자 탄약과 식량이 거의 바닥 났다. 파괴된 요새를 손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답답하기는 샤먼의 인민 해방군도 마찬가지였다. 포격을 계속하라는 건지, 금문도에 상륙을 하라는 건지 베이징 쪽에서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 명령서 한 장이면 금문도 점령은 식은 죽 먹기였다. “금문도를 점령하면 대만과 대륙의 거리가 너무 멀어진다. 완전히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마오의 속내를 이들은 알 길이 없었다.

국경절 5일 후인 10월 6일 마오는 국방부장 펑더화이 명의로 “대만·팽호·금문·마조의 군민 동포들에게”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는 모두 중국인이다. 화해의 최선책은 36계다. 지금 너희들이 있는 곳은 미국 영토가 아니다. 엄연한 중국이다. 지구상에 중국은 하나밖에 없다. 이 점은 모두 동의할 줄로 안다. 우리는 그동안 30년을 싸워왔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고약한 일이다. 앞으로 우리끼리 30년을 더 싸운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미국은 너희들을 버릴 날이 온다. 그때의 처지가 얼마나 한심할지 생각해 봐라. 지금 금문도의 13만 군민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임박했다. 나는 10월 6일부터 일주일간 포격을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충분한 공급을 받도록 해라. 단 미국 함정의 호위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마오는 다시 2주일간 포격중지를 지시하며 전선의 인민해방군에게 서신을 발송했다. <계속>

김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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