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 정치 드라마 ‘프레지던트’ 다큐PD 역 맡은 제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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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드라마를 보면 내 연기의 이상한 부분만 눈에 띄어 똑바로 보질 못하겠다”고 말하는 ‘프레지던트’의 제이. 의젓한 연기 이면의 풋풋한 설렘이 묻어났다. 록밴드 보컬 출신이다. [김태성 기자]

요즘 지상파 방송3사 드라마에서 대통령이란 존재는 패션 용어로 말하면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이다. 트렌디한 핵심소재란 얘기다. 강남 개발 시대극(‘자이언트’)에서도, 초국적 액션 첩보물(‘도망자’ ‘아테나’)에서도 권력 게임의 중추이자 사회 정의의 마지막 승부처로 등장한다. 대통령이 주인공인 드라마도 잇따라 방송 중이다. SBS ‘대물’이 강한 사회성에도 ‘판타지 성장 드라마’에 그쳤다면, 그 맥을 잇는 KBS2 ‘프레지던트’(수·목 9시55분)는 보다 현실적이다. 정치는 권력의지를 가진 자들의 수 싸움이고 대선은 정치공학이 밀집된 도박판이다. 어느 누구도 폭력·욕망·투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록 밴드‘트랙스’보컬, 뮤지컬 출연 … “진지함과 유머 표현 어렵네요”

4회까지 방송된 ‘프레지던트’에서 눈에 띄는 신예 제이(27). 새물결미래당의 대통령 경선 후보 장일준(최수종)의 숨겨진 아들로서 대선 전 과정을 취재하는 다큐PD 유민기 역할이다. 첫 눈에 최수종과 똑 닮은 부리부리한 눈이 돋보인다. “내가 봐도 얼굴은 좀 닮은 것 같다. 이왕이면 선배님의 연기력도 닮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정작 최수종은 닮은꼴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가 없었다고.

 제이가 맡은 유민기는 드라마의 내레이터 같은 존재다. 그의 아버지 장일준은 운동권 출신으로서 독일 유학 중 재벌가의 딸 조소희(하희라)와 결혼한 여당 3선 의원. 장일준이 저조한 지지율을 뒤집고 대선 승리에 한발한발 다가가는 과정이 민기의 눈을 통해 조망된다. 협잡·모략·타협·원칙이 정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생생하다. 게다가 민기는 출생의 비밀을 안은 ‘스캔들 시한폭탄’이다.

 “감독님이 제일 어려운 역할이라고 하셨어요. 첫 회부터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아버지 캠프에 합류하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죠. 너무 진지하게 가면 드라마가 우울해진다고 활발한 유머까지 요구하시니, 아유, 정말 어려워요.”

 인터뷰 내내 “어렵다. 부담스럽다”를 반복했지만, 화면 속 모습은 차분하면서도 터질 듯한 에너지가 배어난다. 실은 SM엔터테인먼트 유일한 록밴드 ‘트랙스’의 보컬이다. 2004년 데뷔 후 ‘오 나의 여신님’ 등으로 주목 받긴 했지만, 소위 뜨지는 못했다.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직업이 된 뒤론 즐겁지가 않은 거예요. SM도 아이돌 그룹과 달리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두고요. (웃음) 이수만 사장님께 ‘계속 할 자신이 없다’고 상담도 했죠.”

 반전은 올 초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에 출연하면서 왔다. “사람들 간의 호흡이 맞을 때의 쾌감을 느끼면서 경쟁심도 생겼어요. 노래든, 연기든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도 생겼고요.”

 뮤지컬 ‘삼총사’에 캐스팅된 것과 동시에 ‘프레지던트’에도 합류했다. 무대 서랴, 촬영 하랴 데뷔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이다.

“첫 드라마인데 운 좋게도 최고 선배님들과 연기하니까 촬영장 갈 때마다 하나씩 눈 뜨는 느낌이에요. 연평도 포격을 두고 토론하는 선배님들 보면, 정치가 멀지 않은 거구나 느껴지고요.”

 변희봉·강신일·홍요섭 등 중후한 연기파가 포진한 ‘프레지던트’는 ‘대물’의 종료와 함께 본격 시청률 경쟁에 나선다.

김형일 PD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를 지나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성숙한 지도자를 탐색하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제이 역할을 통해선 청년세대가 기성 정치를 이해하는 과정을 녹인다.

 “저한테는 정치 드라마라기보다 가족 얘기 같아요. 내가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아버지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나. 그런 정치란 게 뭘까. 드라마가 끝날 때쯤, 알게 될까요.”

글=강혜란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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