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배·락커룸에 광고 … 후원사보다 눈에 띄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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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네덜란드 바바리아 맥주는 남아공 월드컵 네덜란드팀 경기 때 미녀 응원 군단에 오렌지색 미니스커트를 응원복으로 나눠주는 앰부시 마케팅을 폈다(왼쪽). 루프트한자 항공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항공기 앞부분에 축구공 무늬를 씌웠다(작은 사진 위). LG전자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피레우스항에 정박한 페리호에 LG전자 광고를 내걸었다. [오리콤 제공]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2월), 남아공 월드컵(6~7월), F1 코리아그랑프리(10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11월)까지….

 올해는 유난히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많았다. 공식 후원사가 되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 그런 여력이 안 되는 기업들은 ‘앰부시(매복) 마케팅’을 하느라 머리를 짜낸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가 성공을 거둔 앰부시 마케팅 전략을 뽑아봤다.

 우선 관중석이나 락커룸, 벤치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종종 쓰인다. 남아공 월드컵 때 네덜란드팀 응원석에 등장했던 오렌지색 옷 입은 미녀 군단은 네덜란드의 바바리아 맥주가 펼친 앰부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는 남아공 월드컵 때 영국 대표팀 락커룸을 배경으로 한 광고로 큰 효과를 봤다.

 공식 후원사를 향해 언어적 유희로 딴죽을 걸어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는 방법도 있다. 남아공의 쿨룰라 항공은 남아공 월드컵 기간 ‘비공식 국영 항공사(Unofficial National Carrier)’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아멕스카드가 공식 후원사인 비자카드를 겨냥해 ‘스페인에 가려면 비자는 필요없다(Don’t Need a Visa to Visit Spain)’는 문구를 강조해 재미를 봤다.

 LG전자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피레우스 항과 이곳에 정박한 페리호에 커다란 LG전자 광고를 걸어 주목을 받았다. 경기장 주변 건물이나 교통편 등을 확보해 광고하는 식의 외곽을 장악하는 방법을 쓴 것. 올 남아공 월드컵에선 나이키가 경기장 근처 요하네스버그 라이프센터 빌딩 전체를 덮는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상징물 등을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루프트한자 항공이 항공기 앞부분에 축구공 무늬를 씌웠고, 펩시가 2009년 베이징 올림픽 기념으로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한정판을 출시했던 것이 대표적. 두산그룹은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우승을 소재 삼아 남아공 월드컵 응원 광고를 만들었다.

 공식 후원사의 권리를 재매입하거나, 제휴를 해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방법도 올해 활발히 시도됐다. 외환은행은 비자카드로부터 국내에서 남아공 월드컵 관련 스폰서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재매입했다. SK텔레콤은 월드컵 공식 스폰서 아디다스와, KT 역시 공식 스폰서 현대자동차와 월드컵 공동 마케팅을 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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