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 수시 합격생에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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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 수시합격자가 발표됐다. 매년 기록적인 경쟁률을 자랑하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올해도 우수한 한국 학생들이 합격했다. 전세계에서 매년 50명만 뽑는 유펜 제롬피셔 프로그램에 합격한 김준원(용인외고 3·사진)군, MIT에 합격한 조민솔(대원외고 3·사진 왼쪽)양, 스탠포드에 합격한 이은수(민족사관고 3·사진 오른쪽)양을 만나 합격비법을 들었다.

SAT 1·2 AP와 연결해 학습효과봤죠

 조양은 고3이 된 올 1월 처음으로 SAT1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단번에 2350점(2400 만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고교에 입학한 직후인 3월부터 SAT준비를 시작한 조양은 “2년간 꾸준히 계획에 따라 공부한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학교의 유학반 커리큘럼에 따라 1학년 때는 기본 영어 문법에, 2학년 때는 SAT 형식의 문법문제와 에세이작성 연습에 중점을 뒀다.

 SAT2의 선택 3과목(수학·물리·화학)에서 800점 만점을 획득한 김군은 AP(대학 선이수 학점)와 연결해 공부했다. AP의 시험내용이 SAT2보다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1학년 때부터 AP와 SAT2를 과목별로 연결해 공부했다. 5월에 AP 화학시험을 치른 뒤, 그해 10월 SAT2화학 시험을 치렀다. 2학년 때는 5월에 있는 AP 물리시험과 6월에 있는 SAT2 물리시험을 함께 신청했다. 김군은 “SAT2 점수를 모두 획득한 뒤, 2학년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으로 SAT1 준비에 들어갔다”며 “SAT2 요건을 갖추고 나니 심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SAT1에 집중하기 좋았다”고 말했다.

 SAT1 점수 대신 ACT(American College Test)점수를 제출해 대학에 합격한 이양은 “ACT의 장점을 활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과학지문 독해나 좀더 어려운 수학문제 등, 이과생에게 유리한 시험이에요. SAT보다 학교 교과와 더 연계된 시험이죠.”

 이과생이었던 이양은 1학년 때까지 ACT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날 별 생각없이 치른 ACT에서 생각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SAT1보다 문제가 더 친숙하고 풀기에 좋았다. 이후 ACT로 방향을 돌려 공부에 매진해 36점 만점을 얻었다. 그는 “ACT는 시간이 부족한 편이라 문제를 빨리 푸는 사람에게 유리하다”며 “과학과 수학에 친숙한 이과생이라면 자신이 ACT와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AP 3년간 분산전략 세우세요

 김군은 고교 입학 직후부터 “AP시험계획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짤 것”을 주문했다. AP는 1년중 5월에 한번만 시행된다. 욕심을 내 한번에 많은 과목을 준비하면 힘도 들고 SAT나 비교과활동 등 다른 분야 준비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그는 “고교 입학 전부터 준비해 고1 5월부터 3년에 걸쳐 분산해 시험을 치르는 것이 좋다”며 “잘 찾아 보면 Physics B·C처럼 묶어서 준비하면 동시에 치를 수 있는 과목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양은 “미국 학제가 우리나라와 달라 AP시험 준비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중간·기말고사와 겹치기 때문에 미리 공부해 두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독학으로 AP준비가 가능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다. 조양은 “학교에서 도움받은 과목과 독학한 과목간 성적이 별 차이가 없었다”며 “학원을 다니는 친구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독학을 고집한 이유를 설명했다. 학기 중에는 SAT1 준비에도 벅차 주로 겨울방학을 이용해 집중학습했다.

 시험 주관사(www.collegeboard.com)가 추천하는 교재를 골라 읽고 마지막으로 문제풀이로 마무리했더니 큰 무리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혼자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레 좋아하는 과목 위주로 선택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대학에 자신의 관심분야를 표현할 수 있는 자료가 됐다.

 AP에 대해 이들은 한결같이 “과목수와 점수에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군은 “AP를 안 하면 불안하다는 생각에 모두 공부한다”며 “7과목·4점 내외의 점수라면 무난할 것 같다”고 말했다. 11과목을 치른 조양은 “과목수를 늘리려는 마음에 관심 없는 과목도 쉬울 것 같으면 시험쳤는데 후회된다”며 “지금이라면 3과목 정도는 치지 않고 그 시간에 다른 준비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비교과 한 주제로 봉사·특기·심화활동해

 “SAT와 AP는 1차로 학생을 거르는 기준에 불과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비교과활동이죠(이은수)”

 “3년간 꾸준히 한 주제를 위주로 심화활동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해이해질 때가 많거든요.(조민솔)”

 조양의 꿈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국제의사가 되는 것이다. 조양은 1학년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교내 의학동아리(메디컬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미국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가상환자의 증상을 놓고 병명을 추리하고 연구하는 모임이었다. 연대 세브란스 병원 내에 위치한 국제진료소에서 외국인을 안내하는 봉사도 3년간 꾸준히 수행했다. 2학년으로 올라와서는 생물실험 동아리를 만들어 자신이 회장이 됐다. 대학 교수와 대학원생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뇌과학프로젝트에 참여해 논문작업을 거들기도 했다.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때 의학과 관련된 내용으로 모든 실적이 모아지도록 신경썼어요. 12줄에 불과한 공간에 나만의 특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죠.”

 이양도 다양한 경험을 부각시켰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천문학을 활용해 학교 동아리와 3년간 지속한 천문대 봉사활동을 내세웠다. 프랑스 뮤지컬을 좋아해 뒤늦게나마 프랑스어를 배워 수준급으로 향상한 실력과, 프랑스권과 영미권의 뮤지컬을 비교하는 소논문을 작성한 심화활동 표현도 빼놓지 않았다.

 김군은 자신의 특성을 6개의 섹션으로 나눠 그간 해온 활동을 체계적으로 열거했다. 지원하는 전공의 특성에 맞춰 엔지니어링과 경영 관련 활동을 제일 위에 적은 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극 관련 활동과 리더십, 음악과 운동으로 나눠 요약했다. 그는 “지원하는 학교의 특성과 자신이 얼마나 잘맞는지를 제한된 지면에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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