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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욕의 효과] 피부 위해서라면 유황온천, 고혈압 환자라면 탄산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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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온천지에서 한 해를 마감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을 가뿐하게 하는 것은 물론, 고혈압·관절염·피부염 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사진은 우리나라 보양온천 1호 설악워터피아


묵은 때를 벗기 위해 온천만큼 좋은 곳이 없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풀리고, 마음도 가뿐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느낌만으론’ 부족하다. 프랑스·독일·일본 등지에서는 온천을 이용해 치료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환자에게는 온천 치료비용을 국가에서 70~80% 보조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치료 행위가 가능한 보양온천지를 5곳을 선정했다. 온천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연구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올 9월 의사와 지질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에 의뢰해 온천의 의학적 효능을 입증한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알고 하면 효과 100배, 온천의 효능과 바르게 하는 법을 알아본다.

배지영 기자

스트레스·과로 심한 사람은 유황온천

올해 보양온천으로 지정된 덕산스파캐슬 전경.

한 살 더 먹는 것이 아쉽다면 유황온천으로 노화를 막아보자. 연세대 원주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이규재 교수팀은 성인 남성 21명을 대상으로 38도의 유황온천(부곡온천)과 일반 수돗물에 각각 목욕하게 한 뒤 활성산소가 얼마나 생성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유황온천에 목욕한 사람은 3 유닛(unit)만큼의 활성산소만 생성됐다. 수돗물에 목욕한 사람이 평균 27유닛의 활성산소가 생성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이 교수는 “사람은 매일 자연적으로 200~400유닛 만큼의 활성산소를 낸다. 스트레스·과로 등으로 활성산소가 평균 이상 생성되면 DNA 변형을 일으켜 암·피부노화·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25~30유닛 만큼의 활성산소가 더 생성된다. 이 교수는 “유황온천은 일반 수돗물과 달리 유효한 성분이 피부 속으로 들어가 항산화 작용을 해 활성산소 생성이 그만큼 준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온천 물은 피부의 케라틴층에 막혀 혈액 속으로 침투하지 못해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인식을 바꾼 첫 번째 실험 결과다. 이 교수는 “주 1회 정도라도 온천욕을 하면 축적된 활성산소와 독소가 제거돼 노화의 진행이 더딜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뜨거운 온도보다는 38~40도 온도에서 20분씩 2~3회 정도(중간 휴식 10분) 입욕하면 적당하다.

탄산천 이용하면 모세혈관 확장 효과

2호 도고파라다이스 온천

고혈압 환자라면 탄산천을 추천한다. 연세대 원주의대 소아과(심장전공) 이해용 교수(대한온천학회 학술이사)는 경계성 고혈압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탄산온천이 고혈압 개선에 얼만큼 효과가 있는지 실험했다. 10명은 매일 2주간 15분씩 탄산온천욕을 하게 하고, 나머지 10명은 일반 수돗물을 데운 담수욕을 하도록 했다. 2주 뒤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측정한 결과, 탄산온천욕을 한 그룹은 수축기 혈압이 평균 132에서 121로, 이완기 혈압은 88.9에서 79.5로 내려갔다. 반면 담수욕을 한 그룹은 두 가지 모두 약간 상승했다. 몸에 좋은 고밀도콜레스테롤 수치도 탄산온천욕 그룹만 43에서 48로 올랐고, 담수욕 그룹은 오히려 낮아졌다. 이 교수는 “온천 속 탄산 성분은 피부막을 직접 뚫고 들어올 정도로 강하다. 탄산 성분이 표피로 흡수돼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혈류를 빨리 돌게 한다. 자연히 혈압이 내려가고 심장의 부담은 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직접 실험해보니 고혈압약 먹는 것만큼 효과가 컸다”며 “약과 달리 온천은 부작용 염려가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중증 고혈압인 환자도 약을 먹으며 온천욕으로 보조치료를 하면 고혈압이 빨리 개선된다. 단, 고혈압 환자는 온천욕 전 반드시 물을 서너 컵 이상 마셔야 한다. 갑자기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혈액 점도가 높아지기 때문. 특히 아침에는 혈액 점도가 특히 높아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온천욕을 해야 한다. 물의 온도도 38~40도가 좋다. 이 교수는 “38~40도에서는 부교감신경이 작용해 혈관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42~43도에서는 교감신경이 작용해 혈관이 수축하고 혈전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는 처음 10분간은 반신욕으로 혈관을 조금씩 이완시켜주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0분간 전신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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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피부염엔 식염천, 여드름엔 유황천 좋아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은 식염천·탄산천·유황천 등이 도움된다. 가톨릭의대 피부과 김진우 교수팀은 “유황은 염증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어 여드름 등 염증성 피부질환자에게 좋다. 탄산천은 피부를 매끈하게 한다. 탄산 성분은 직접 표피에 파고들어 모세혈관을 확장한다. 피부에 생기를 돌게 하고 각질층을 정돈한다. 식염천(해수천)은 수분을 잡아두고 피부막도 형성하기 때문에 보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 교수팀은 대학병원을 찾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식염천의 아토피 개선 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키는 IL-알파 호르몬이 의미 있게 줄었다. 김 교수는 “아토피 환자는 치료제인 스테로이드제를 오래 사용할 수 없어 여러 대안 치료를 많이 시도하는데, 식염천은 따가움 등의 부작용은 없으면서 염증물질은 감소시켜 치료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탄산천은 물의 온도가 낮아 전신욕이 가능하며, 20분 정도 3회 물속에 머무르면 좋다. 유황천과 식염천은 온도가 다소 높아 반신욕 10분, 전신욕 20분 정도로 2세트 하는 것이 적당하다.

관절염 환자, 온천에서 재활치료 해볼만

관절염이 있는 환자라면 온천욕을 추천한다. 대전 유성웰니스병원 김철준 박사는 관절염 환자 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38~40도의 단순온천(미네랄 등 총 유효성분인 1000㎎/ℓ 이하인 온천)에서, 한 그룹은 일반 수돗물을 데운 담수에서 3주간 주 5회 재활치료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통증은 줄고, 관절의 운동범위·보행 속도·보행시 안정성은 향상됐다. 김 박사는 “온천은 여러 무기질 성분이 녹아 있어 수돗물과 다를 수밖에 없다. 각종 미네랄 성분이 세포 내 염증물질을 줄이고, 재생작용을 활성화해 관절염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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