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불안 해소돼야 성장 지속'…세계기관투자가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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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유수한 증권.투자회사들은 현재 한국경제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우사태 및 투신사의 유동성위기를 둘러싼 금융시장 불안을 방치할 경우 성장세가 저해될 것으로 우려했다.

21일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입수한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 J.P.모건, 살로먼 스미스바니 등 세계 굴지의 증권.투자회사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한국경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에 따라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대우의 부실채권에 대한 손실분담 원칙이 명확하게 설정돼야 하고 투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한국증시는 건전한 경제회복기조를 근거로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전망했으나 단기적으로는 금융불안이 지속됨으로써 약세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8∼8.6% 정도 고도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6∼1.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국제금융센터가 입수, 분석한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 J.P모건,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세계 굴지의 증권및 투자회사들이 최근 우리나라와 관련된 각종 보고서들을 요약한 것이다.

■ 메릴린치= 경제회복세와 정부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으로 대우사태의 파장은 금융부분을 혼란시키지 않고 해결될 수 있어 한국경제의 두번째 위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를 위해 투신사의 유동성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한다. 투신사는약 22조원 규모의 대우관련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대우문제에 크게 노출돼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해외부문으로부터의 수요증가 등으로 실물경제는 대우사태의 여파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OVERWEIGHT)할 것을 권한다. 이자율이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은행들은 예금증가와 정부로부터의 자금공급을 바탕으로 재무구조가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투신사에 대한 자금지원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은행부문에 대한 투자가 조심스러우나 조만간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자금공여가 실행될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중인 한국경제의 개혁은 아시아지역중에서는 가장 앞서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지난 수분기동안 한국통화및 채권가격 상승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우문제로 인해 5대재벌의 구조조정 문제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로인해 개혁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어 한국정부채권에 대한 매수를 권한다.

■ 모건스탠리= 한국경제의 펀더멘틀즈가 튼튼하게 유지되고 있어 증시상승의훌륭한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대우채권에 대한 손실분담 원칙을 명확하게 하고 투신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주가는다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대우사태로 인한 투신사 문제가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현재의 증시약세로 2조원 규모의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부터 유출될 것으로 보여 주가지수는 현재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신사, 증권사, 은행 및 기타 투자금융기관간 손실분담에 관한 원칙이 명확하게 확립돼야 향후 대우 및 투신사문제로 인한 금융권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도 공적자금 사용여부를 명확하게 밝혀야한다.

■ J.P. 모건= 경제회복세는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채 남아있어 향후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대우부실채권 문제는 신용경색을 불러왔고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투신사의 파산가능성이 금융부분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이러한 금융부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실물경제의 성장도 저해될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며이같은 물가안정은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가능케 해 경제성장의 바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향후금융시장의 안정보다는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게 할 것이다.

■ 살로먼 스미스바니= 채권형 펀드가 주식형으로 전환하도록 허용해 매수여력이 확충되면서 단기적으로 투자위험이 감소했으나 채권매도세로 인한 이자율 상승가능성은 여전히 잠재하고 있고 기업 구조조정의 지연 등으로 장기적인 투자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채권형 펀드를 주식형으로 전환해 9조원의 신규매수여력을 창출,이중 3조원은 지금이라도 주식매수에 나설 수 있어 증시의 단기적 수급구조는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신사들은 자금사정으로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채권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도 기업부분의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고 있고 정치권도 내년 총선을 위해 개혁을 통한 안정이 아닌현상태에서의 안정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여 향후 수주간 주가지수는 820∼900사이에서 지지부진한 거래량을 보이며 횡보할 것이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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