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 집 나가던 개미들 돌아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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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개미들이 다시 펀드로 돌아오는 것일까.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은 뒤 처음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이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2일 이후 계속된 순유출 행진도 멈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국내 주식형 펀드에 443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날 환매액은 1564억원에 그쳤다. 반면 신규 설정액은 200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달 25일 이후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800과 1900 등 주요 지수대를 통과할 때마다 그랬듯 증시가 2000대에 근접하자 환매세는 거셌다. 이달 들어서만 2조1341억원의 자금이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하지만 주가가 2000을 넘어선 뒤에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자 유출액 규모가 작아지며 순유입으로 바뀐 것이다. 하나대투증권의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증시 언저리를 맴돌던 대기자금이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선 뒤 조정받기를 기다렸다”며 “하지만 주가가 상승세를 타자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감에 조금씩 자금이 펀드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돈이 몰린 펀드를 살펴보면 똑똑해진 투자자들의 선구안이 엿보인다. 우선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투자 펀드에 자금이 집중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대표적인 압축투자 펀드인 ‘프랭클린템플턴 포커스’에는 지난달부터 22일까지 1886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자금 유입액 1위다. ‘JP모간 코리아트러스트’에도 같은 기간에 661억원이 유입됐다.

 한국판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로 지칭되는 대형주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이들 압축투자 펀드의 수익률은 펄펄 날고 있다. 니프티 피프티는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 미국 월가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했던 대형주 50개 종목을 말한다.

 ‘프랭클린템플턴 포커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7.37%를 기록하고 있다. ‘JP모간 코리아트러스트’는 6개월 30.77%, 연초 이후 36.89%의 수익률을 올렸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의 김후정 연구원은 “이들 펀드가 그동안 시장을 앞서는 성과를 낸 점도 자금을 끌어들인 요인이지만 외국인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량주 중심의 펀드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예상도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이후 42.31%의 수익률을 기록한 ‘KB 밸류포커스’(1207억원)와 36.86%의 수익률을 낸 ‘알리안츠 Best중소형’(1801억원) 펀드에는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는 모습이다. 장기 성과가 우수한 펀드도 투자자의 낙점을 받았다. 중앙일보 펀드평가에서 최근 3년간의 실적 우수 펀드 1, 2위를 차지한 ‘알리안츠 기업가치 향상’과 ‘한국투자 한국의 힘’ 펀드가 각각 996억원과 1031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지난달 출시된 ‘하나UBS 스마트블루칩바스켓 장기목표전환’ 펀드에도 1282억원의 돈이 몰리면서 목표전환형 펀드에 대한 최근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본격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서동필 연구원은 “지수가 올라가면 차익 실현 등을 위해 자금이 빠지고 조정을 받으면 저가 매수를 겨냥해 돈이 들어오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며 “내년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1분기 이후 자금 유입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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