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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기습도발 아니면 승산없다’ 실리적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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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일 우리 군의 포 사격훈련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북한은 훈련 종료 3시간여 만에 관영 선전매체를 통해 입장을 냈다. 김정일이 사령관으로 있는 최고사령부 명의의 보도문에서 북한은 이번 훈련을 “체면을 살리기 위한 선전용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과 사흘 전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이 “훈련 강행 시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가 도발 시 얻을 것보다 잃을 게 많다는 실리적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정밀타격 무기로 무장한 F-15K 및 KF-16 전투기와 다연장로켓(MLRS), 신형 대(對)포병레이더 등 완벽한 대북 억제력을 갖춘 상황이라 북한이 대응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병력까지 훈련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이번 훈련을 ‘체면치레성 선전용 도발’로 규정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란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지난달 사격 때와 동일한 수역으로 포탄을 쏘며 훈련을 했는데도 탄착점을 변경했다거나 쓰다 남은 포탄이나 날려보냈다는 식의 허위주장을 하며 “천하 비겁쟁이들의 유치한 불장난”이라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반응으로 볼 때 북한이 일단 추가도발을 통해 긴장수위를 올리지는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연평도 공격만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센터 소장은 20일 민주평통 산하 서울평화포럼과 북한연구학회가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과 남한 국민의 전쟁 공포심 조장, 김정은 후계체제 등 내부 결속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효과를 거뒀다면 굳이 체제의 명운을 걸고 전면전 위험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북한 권력 내부에서는 대응 방향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북한이 남측의 허를 찌르는 도발을 조만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고사령부가 보도문 말미에 “혁명무력의 2차, 3차의 강위력한 대응타격은 미국과 남조선의 본거지를 청산하는 데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은 통상적으로 우리 군의 대응이 예상되거나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는 도발을 하지 않았다”며 “뜻밖의 시점에 예측할 수 없는 장소를 타격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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