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한국 권리” vs 중·러 “전쟁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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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 세계는 한국의 연평도 포격훈련을 주시하며 한반도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미국·일본 등이 연평도 훈련을 “주권국으로서 한국의 정당한 권리”라고 한 반면 중국·러시아는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미·일 해양세력과 중·러 대륙세력의 힘겨루기 양상이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일본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군사훈련을 할 권리가 있다”며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를 강하게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한국이나 미국, 그 밖의 관계국과 긴밀하게 연계하며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된 8시간30분 동안의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것과 관련, “미국 대표로서 북한의 천안함 침몰과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입장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훈련을 비판하는 모습이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0일 “누구도 남북한 국민이 피를 흘리도록 만드는 갈등이나 전쟁을 부추길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19일 “우리는 안보리 회의에서 한국이 포 사격훈련을 취소하고 북한은 상황의 극적 전개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20일 관련 소식을 신속히 주요 뉴스로 전했다. 서방 언론들은 특히 한반도 긴장에 초점을 맞췄다. AP통신은 “연평도에서 이뤄진 한국의 새 훈련은 지난달 북한의 포격 이래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도 “국제사회는 남북한 대치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한반도가 (위험한 사태의) 불씨(tinderbox)가 됐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요미우리(讀賣) 신문 역시 “한국군의 포격훈련에 반발하고 있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미국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이 연평도 훈련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한국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미국연구센터 선딩리(沈丁立) 주임은 환구시보에 실린 칼럼에서 “중국은 우리의 형제인 남북한이 전쟁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썼다. 서울=정재홍 기자

도쿄·베이징=박소영·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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