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이내 거리, 매일 타도 불편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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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이내 짧은 거리를 주행할 때 저속 전기차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 집에서 일반 전원으로 네 시간 충전하면 매일 사용할 수 있다.”

 도쿄 시부야구 혼조에 사는 주부 시마자키 사토에(47·사진)는 수퍼에 장을 보러 갈 때나 자녀 통학에 전기차를 이용한다. 한국 전기차업체인 CT&T가 일본에 수출한 ‘e존’을 지난가을 구입했다. 2인승인 이 차는 일본에서 노란색 경차 번호판을 달고 달린다. 최고시속은 60㎞ 정도지만 정체가 심한 대도시 근거리 주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저속 전기차 통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고속도로도 달릴 수 있다.

 지난달 가랑비가 오는 날 오후 기자는 시마자키와 동승해 도쿄 시내를 20㎞ 주행했다. 운전법은 간단했다. 시동 키를 돌리면 출발상태가 된다. 변속기를 ‘D’에 놓고 액셀을 밟으면 그만이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와이퍼를 작동시킨 채 주행한 e존은 정체가 심한 도쿄 시내에선 안성맞춤이었다. 무게가 경차의 60% 수준인 600㎏에 불과해 가속 성능이 상당히 좋았다. 차체 크기가 경차 정도라 좁은 골목에서도 요리조리 달릴 수 있었다.

엔진과 변속기가 없어 정숙성도 나무랄 데 없다. 에어컨과 열선시트도 갖췄다. 배터리는 LG화학이 제조한 리튬이온 2차전지를 달았다.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한국 환경부 인증)는 84.2㎞다.

 시마자키는 “처음 전기차를 구입할 때 짧은 주행거리 때문에 망설였다”며 “하지만 평일에는 시내를 잠깐씩 주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저속 전기차는 세컨드카로 경차나 소형차를 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 전기료도 3000엔(약 3만7000원)에 불과해 경차를 탈 때보다 연료비를 60%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존의 일본 시판가격은 137만 엔(약 1800만원)으로 경차 가격과 비슷하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지난해부터 일반 소비자가 저속 전기차를 구입할 때 대당 모두 77만 엔(약 10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이 저렴해졌다. CT&T는 이달 초 일본 전기차 유통업체와 e존 1000대 수출계약을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e존 500대와 화물용 e밴 300대, e픽업 200대를 공급한다.

도쿄=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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