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공간 위해 전용차체 개발 … 어른 다섯 명 거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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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부터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자동차업체들은 앞으로 30년 이내에 지금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90% 줄여야 한다. 가능한 대안은 전기차 이외에 없다.” 닛산 요코하마 본사에서 최근 만난 와타나베 히데아키(45·사진) 전기차 담당 부사장은 “2012년부터는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 대부분이 전기차를 양산해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전기차는 업계 판도를 바꿀 핵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닛산은 이달부터 일본·미국·유럽에서 전기차 리프를 시판했다. 차가 나오기도 전에 일본에서 6000대, 미국에서 2만 대의 주문이 들어왔다. 가격은 ▶일본 299만 엔(약 3900만원) ▶미국 3만 달러(약 3350만원) 안팎이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가격이 낮아졌다. 리프는 지난달 유럽 자동차 전문기자단이 뽑은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출시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리프의 특징은 세계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차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와타나베 부사장은 “ 배터리를 전기차 전용 차체의 바닥에 장착해 무게중심이 낮아지면서 핸들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가솔린차를 이용해 전기차를 만들면 배터리를 넣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트렁크가 좁아지고 핸들링도 나빠진다”고 설명했다.

 와타나베 부사장은 “리프는 어른 5명이 넉넉히 탈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렁크에 골프백 2개를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소비자들은 신차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 전기차가 럭셔리한 내부와 편안한 주행 성능, 쾌적한 공조장치를 갖추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와 전력을 골고루 전달하고 통제하는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BMS)이다. 닛산과 제휴한 프랑스 르노는 LG화학을 2차전지 협력업체로 계약했다. 그는 “LG화학은 셀 제조에는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BMS 기술은 아직 드러난 게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전기차에 대해 가장 많이 느끼는 불편은 한 번 충전했을 때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100∼150㎞로 짧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와타나베 부사장은 “전기차는 출퇴근 등에 사용하고,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가솔린차를 렌트하면 된다”고 답했다. 닛산은 리프 구입 고객이 장거리 여행을 원할 경우 레저차량을 싸게 렌트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요코하마=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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