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연평도 훈련 강행에 국민적 신뢰와 성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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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모든 국민은 물론 전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들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본 우리 군의 연평도 포사격 훈련이 어제 실시됐다. 우리 군의 육·해·공군 전력은 물론 한·미 합동 정보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가운데 실시된 훈련이었다. 우리 군의 대응 타격 가능성을 고려한 탓인지 북한은 공언하던 추가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분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군 당국은 여전히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연평도 포사격 훈련은 우리 군이 40년 가까이 매년 10여 차례씩 실시해오던 통상적 훈련이다. 그런 훈련에 대해 전 세계가 팽팽한 긴장감 아래 주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이 지난달 23일 우리 군의 포사격 훈련을 빌미 삼아 연평도를 공격한 뒤 발생한 현상이다. 결국 북한은 연평도 도발 공격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최대한 높이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저들의 의도와 입장을 국제사회에 충분히 환기시키는 이익을 챙긴 것이다.

 우리 군의 포사격 훈련은 북한의 그런 의도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북한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간 마을까지 공격함으로써 4명의 인명이 희생되고 막대한 재산 피해를 본 뒤끝이라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와 영해를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의지를 북한과 국제사회에 십분 과시함으로써 북한이 다시 넘볼 경우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임을 알려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훈련은 이 같은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도 유사시를 대비한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NLL 이남 수역에 대한 수호 의지를 계속 과시해야 한다. 우리 군의 결단과 단호한 응전태세에 국민 모두의 신뢰와 성원이 필요한 때다.

 문제는 앞으로다. 북한이 이번 포사격 훈련에 맞대응해 추가 도발은 시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추가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우리 군과 정부, 나아가 국민 모두가 충분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군은 물샐틈없는 경계태세를 계속 유지하면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초전박살(初戰撲殺)의 대응을 통해 적의 예봉(銳鋒)을 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2차, 3차의 타격을 가할 것”이라거나, 전면전 또는 핵전쟁을 들먹이면서 심리전을 벌이는 북한의 험한 말들이 허세(虛勢)에 불과함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처럼 우리의 대비가 충분하면 저들은 감히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인민이 도탄에 빠진, 피폐한 북한 국력으로는 자기들이 내뱉는 말들을 실제 감당하기에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할 일도 산적해 있다. 1차적으로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최상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단한 국방개혁을 통해 강군(强軍)을 육성해야 한다. 이에 더해 군이 이런저런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군인들이 국가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사시 시민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도 필수적이다.

 국민들의 각오와 준비도 중요하다. 언제든 크고 작은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유념하고 대비해야 한다. 호전적인 북한이 있는 한 긴장의 끈을 놓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유사시 혼란에 빠지지 않고 차분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평소부터 준비해야 한다. 민방공 훈련 등 재난 상황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연평도 훈련을 둘러싼 한반도 위기 국면은 남북한의 급박한 대치가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 대비태세가 충분해 북한이 어떤 도발도 헛수고에 그칠 것임을 깨닫게 된다면 국면은 한순간에 바뀔 수도 있다. 그런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정부도, 군도, 국민도 한마음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할 때다. 그 결과 북한이 호전적 악습(惡習)을 떨쳐버리게 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도탄에 빠진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는 것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평화적인 통일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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