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오르면 한국·말레이시아가 돈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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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 속도가 더디기는 하다. 위안화-달러 환율은 올 5월 6.8위안대에서 현재는 6.6위안대로 떨어졌다(위안화 가치 상승).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몇몇 나라들은 적잖은 이익을 볼 듯하다. 중국도 이익을 본다. 중국의 성장 내용이 견실해질 수 있다.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중국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모든 나라가 위안화 절상만으론 혜택을 보지는 않는다. 중국 내수가 함께 늘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과 무역하는 나라들은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 2~3년 사이에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더 악화되는 일도 겪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통화 가치가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 계산해냈다. 가장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는 15~20% 정도 저평가됐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팔고 미국 달러나 유로(euro) 등을 사들인 탓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어느 나라가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볼지를 따져보는 일은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지만 우선 중국 소비자들은 이익을 볼 듯하다. 손에 쥔 위안화로 살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양이 늘어난다. 구매력이 커진다는 말이다. 반면 해외 소비자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 중국산 가격이 오른다. 그만큼 달러나 한국 원화로 살 수 있는 중국산의 양이 줄어든다.

위안화 절상과 함께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내수가 빠르게 많이 늘어나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중국으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주요 교역국들이 쏠쏠한 재미를 볼 듯하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증가가 곁들여지지 않은 위안화 절상으론 글로벌 무역 불균형이 기대만큼 개선되지는 않을 듯하다.

나라별로는 어떨까. 좀 더 체계적인 분석을 위해 중국의 주요 교역국을 ▶저소득 자원 수출국 ▶중진국 공산품 수출국 ▶선진국으로 나눴다. 이어 대중국 수출입이 그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 따져봤다. <표 참조>

먼저 저소득 자원 수출국들은 그동안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저가 공산품을 중국에서 사들였다. 반대로 자원을 중국에 팔아 많은 수익을 올렸다. 위안화 값이 오르면 저개발 국가들은 아주 장기적으로 제3국들에서 값싼 공산품을 수입할 수 있다. 수입선 다변화다. 하지만 단기적으론 위안화 절상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 중국산 공산품 값이 뛸 수 있다. 가나처럼 중국과 무역 역조가 심한 나라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으로 저개발국들의 자원 수출양은 크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 값이 싸든 비싸든 자원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하면 자원 수출국은 위안화 절상보다 중국 경제성장 자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중국 위안화 값이 오르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쪽은 선진국 그룹에선 한국이나 중진국 그룹에선 말레이시아를 꼽을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중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산 수입은 줄어든다. 무역 흑자가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또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한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중국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이나 말레이시아산이 조금 더 인기를 끌 수 있다.

베트남이나 헝가리 등은 위안화 절상 때문에 손해 볼 수 있다. 두 나라는 중국산을 많이 수입해 쓰고 있다. 베트남이 중국에서 사들여오는 양이 자국 GDP의 17.6%나 된다. 반면 수출은 GDP의 5.3%에 지나지 않는다. 그 차이가 무역 역조를 의미한다. 이런 와중에 위안화 값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뛰면서 무역 역조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전체적으로 봐서 한국이나 미국, 이탈리아를 제외한 선진국들이 위안화 절상으로 볼 손해나 이익은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이들 나라의 GDP에서 대중국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하이테크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는 위안화 절상으로 이익이 피해보다 좀 더 클 수 있다. 중국이 뛰어난 기술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두 나라의 하이테크 제품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이탈리아는 위안화가 절상되면 손해를 좀 더 본다. 선진국들 가운데 중국산 수입 비중이 대중국 수출보다 많다.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중국산 값이 오르면 단기적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더 악화될 수 있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을 위해 가장 공격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실제 이익은 크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이탈리아가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선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위안화 절상이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수요는 가격에 아주 민감하다.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뛰어 중국산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 수출이 위축되면서 중국 경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 이 또한 세계 경제 불균형 해소에 바람직하지 않다.

유리 다두시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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