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의 마켓뷰] 한국 증시와 대표 종목 재평가는 이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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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코스피지수 2000 돌파가 드디어 이뤄졌다. 최근 한두 달 동안의 우려와 시련을 뒤로 하고 이제는 사상 최고치 경신에 대한 기대감까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언론 역시 주식 시장 관련 뉴스를 연일 헤드라인으로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시선이 증시로 쏠리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시장의 열기는 투자자들에게 고민거리도 던지고 있다. 지금 주식시장에 뛰어들어도 괜찮을지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 뇌리에는 2007년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을 넘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주식·펀드 열풍에 휩싸여 주식·펀드에 투자했던 개인들이 줄줄이 손실을 봤다가 3년이 걸려서야 만회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지금의 상황에서 주식·펀드 투자를 망설이는 것도 당연하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지금 주가가 전반적으로 싼지, 비싼지에 대한 판단을 통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세계 평균치인 4.8%나 주요 선진국 평균 성장률인 2.7%보다 한참 위다. 내년에도 4.5%로 역시 세계·선진국 평균보다 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 보유액은 10월 말 현재 2933억 달러로 세계 6위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32.1%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네 번째로 재정이 건전하다.

 ‘펀더멘털’이라 불리는 기업 실적도 탄탄하다. 올해 상장 기업들의 전년 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58.6%, 내년은 14.7%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에 이익증가율이 떨어지지만 그보다는 올해 88조원에서 내년에 102조원으로 늘어날 순이익 규모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이익 증가율이 둔화됐다고는 하나 100조원을 넘는다면 이익의 수준이 한 단계 ‘레벨 업’됐다고 투자자들이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또 삼성전자·현대차 등 업종 대표기업의 실적 역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증시의 가격 매력(밸류에이션) 측면은 또 어떤가. 12월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기준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9배로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저평가됐다. 신흥시장 평균인 11.7배나 선진국 평균인 12.4배 대비 각각 15.4%와 20.2% 할인돼 있다. 비록 코스피지수는 2000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지만 상대적인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

 외국인들을 향해 풍기는 매력도 여전하다. 선진 시장의 유동성과 신흥국의 성장성을 겸비한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여기에 원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 기대까지 감안하면 2011년에도 외국인의 바이코리아는 이어질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올해 내내 펀드 환매에 시달렸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살아날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주들이 상승을 이끄는, 이른바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도 예견되고 있다.

 지금까지 주가가 많이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만 제외한다면 한국 증시는 아직은 기회의 땅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한국 증시와 대표 종목에 대한 재평가는 이제 시작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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