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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주택시장 호전 기대 … 경매시장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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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최근 수도권 법원경매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입찰경쟁률이 오르고 낙찰가가 높아지고있다. 감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고가낙찰도 잇따른다. [중앙포토]


15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140여 좌석은 꽉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50여 명은 뒤편에서 서서 입찰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 9월만 해도 100명도 오지 않던 법정은 200명 가량 몰려 활기찼다.

 이날 매물로 나온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7㎡형의 입찰에는 20명이 신청했다. 감정가 10억7000만원인 이 아파트의 낙찰가는 10억8321만원,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1.2%였다. 같은 날 나온 서울 역삼동 협상빌라 60㎡형에는 23명이 입찰했다. 유찰 횟수가 많아 경매 시작가가 감정가(2억5000만원)의 51%인 1억2800만원에 불과했지만 최종 낙찰가는 감정가에 가까운 2억2578만원까지 올라갔다.

 입찰에 참여했던 회사원 이재병(30)씨는 “낙찰가가 예상보다 높아 깜짝 놀랐다”며 “경매로 신혼집을 마련하려는 데 싼 가격에 낙찰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법원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올 9월까지만 해도 찬바람이 돌았는데 지금은 과열 양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응찰자수가 급증하고 감정가 이상의 고가낙찰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15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경매의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7명으로 지난해 8월(7.8명) 이후 가장 많다. 특히 고가 주택이 몰린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 주택의 응찰자 수는 평균 7.3명이다.

 수도권 아파트의 고가낙찰(감정가보다 높은 낙찰가) 건수는 보름 동안 15건이었다. 이는 지난 한 달(19건)과 비슷한 수준이며 10월(12건)보다는 많다. 지난 8월 75%였던 낙찰가율은 어느새 80%로 올랐다. 법무법인 메리트 박미옥 본부장은 “이달 초 서울 둔촌동의 60㎡형 아파트 입찰에는 51명이 몰리기도 했다”며 “경매시장은 지금 전세난을 피해 좀 더 싸게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로 뜨겁다”고 전했다.

 ◆과열 조짐까지=경매시장이 과열 기미를 보이는 건 내년 주택 시장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가격이 많이 떨어진 매물을 미리 사놓으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미래시야 강은현 이사는 “최근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경매 참여자들이 서둘러 낙찰받으려고 조바심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가낙찰이 늘어나는 것은 경매에 부쳐지는 주택의 감정가가 시세보다 많이 싸기 때문이다. 경매는 금융기관 등이 신청하면 대개 5~6개월 후 입찰을 시작한다. 요즘의 매물은 주택시장이 매우 가라앉았던 올 5~6월에 감정평가를 받은 물건이다.

 따라서 최근 경매에 나온 매물의 감정가가 현재 시세보다 싼 경우가 많다. 20일 첫 경매를 진행하는 광진구 자양동 광진꿈에그린 139㎡형의 경우 감정가가 9억7000만원이지만 현재 매매가는 평균 11억원 선이다.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받아도 시세보다는 싸게 살 수 있는 셈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시세보다 싼 매물이 많아지자 신건이나 1회 유찰된 물건에도 사람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열 분위기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년 집값 반등을 낙관만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시세보다 싸게 낙찰받았다고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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