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 최후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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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찬 원장이 고도비만 환자에게 주로 시술되는 ‘위밴드술’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마포구에 사는 신모(32)씨는 얼마 전부터 심한 금단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출산 후 급격히 늘어난 몸무게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시부트라민 제제를 처방받아 조금씩 살을 빼고 있었다. 신씨는 1m55㎝에 85㎏으로 고도비만 환자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시부트라민제제 처방이 금지되면서 고민에 빠진 것. 향정신성약물을 처방받자니 유독 가슴 두근거림과 현기증이 심했다. 다리가 불편해 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러다 우연히 웹서핑 중 ‘위밴드술’에 대한 내용을 봤다. 신씨와 같은 고도비만을 치료하는 수술이라는 것. 하지만 인위적으로 위를 줄인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부작용도 걱정됐다.

음식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 빨리 느껴

신씨와 같이 위밴드술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위밴드술은 식사요법·운동·약물 순으로 처방되는 비만 치료지침에서 가장 마지막에 권고하는 수술법 중 하나다. 하지만 식욕을 억제하는 향정신성 약물은 오래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고, 현기증이나 가슴 조임 등 부작용이 많다. 서울슬림외과 박윤찬 원장은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할 수 없거나 운동할 수 없는 비만환자는 고도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 위밴드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시부트라민제제 퇴출 때문에 최근 위밴드술을 상담받으러 오는 환자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위밴드술이란 위의 상단 부위를 특수 밴드로 살짝 묶어 음식을 조금만 먹도록 하는 비만 수술법이다. 위에 음식이 조금만 들어와도 뇌가 포만감을 느껴 음식을 덜 먹게 되고, 결과적으로 살이 빠지는 원리다. 체질량지수 35㎠/㎏ 이상인 고도비만, 또는 30~35의 비만군 중 당뇨병·고혈압·생리불순 등 합병증이 있을 때 권장한다. 유럽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됐다.

비만한 성인병 환자에게 권해

최근에는 다이어트식품과 운동·약물로도 비만관리가 되지 않는 과체중 환자에게도 시행된다. 모든 질병에 비만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비만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미국·호주·유럽 등에서 많이 보급되고 있다.

 박윤찬 원장은 “최근 위밴드술의 장기간 안정성에 대한 검증 결과가 발표되면서 체질량지수 30㎠/㎏ 이하에서도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밴드술은 ‘위 우회술’과 ‘위 절제술’과는 다른 수술법이다. 위 우회술은 위의 윗부분을 조금 절단해 작은 주머니를 만든 다음 소장에 이어 붙이는 수술. 위가 작아져 덜 먹게 된다. 하지만 비타민·철·칼슘 등의 대사 이상이 생기거나 위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 위 절제술(위의 3분의 2가량을 통째로 잘라내는 수술)은 위 우회술에 비해 간단하지만 역시 위가 다시 커지고, 아직 장기간의 추적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위밴드술은 환자의 치료 경과에 따라 밴드의 조임을 조절할 수 있다. 치료 후 필요없다고 판단될 땐 밴드를 떼어내기도 한다. 수술시간이 한 시간으로 짧고,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

위 너무 세게 묶으면 천공 위험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려면 개인 비만 정도에 맞춰 시술을 해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외과 이주호 교수는 “체중 감량 효과를 단시간에 보여주기 위해 처음부터 위의 밴드를 꽉 조이고 물만 먹게 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시술 일주일 만에 2~3㎏씩 빠지기도 하지만 실은 대단히 위험하다. 이주호 교수는 “급하게 음식섭취를 제한하면 당장 체내수분과 근육량이 줄어 많은 양의 살이 빠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몸이 ‘위기 모드’로 전환돼 오히려 체지방 축적률이 높아지고, 근육의 아미노산이 연소돼 원하는 만큼의 체지방 감량이 어렵다”고 말했다.

 너무 꽉 조인 밴드는 위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을 일으키기도 한다. 손가락도 너무 세게 묶으면 피가 통하지 않듯이 위도 같다는 것. 세게 묶은 자리에 구멍이 나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박 원장은 “위밴드술의 목적은 적은 양이라도 차츰 먹는 양을 줄이고, 포만감을 쉽게 느껴 건강하게 살을 빼는 것 ”이라고 말했다.

글배지영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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