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7일 각의를 통과한 ‘2011~2015년 방위계획대강’을 통해 방위와 관련된 개념을 180도 바꿨다.
1976년 최초로 방위계획대강이 만들어졌을 당시 일 정부는 “주변 지역의 불안정 요인이 되지 않도록 독립국으로서 필요 최소한의 전력을 갖는다”는 개념을 확립했다. 그 토대 위에 정립된 구상이 ‘기반적 방위력’ 구상이었다. 반면 이번에 새롭게 채택된 ‘동적 방위력’ 구상은 담당 관할 지역만 지키는 게 아니라 경우에 따라 다른 지역까지 수송기 등을 통해 즉각 출동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총괄지휘하기 위해 총리 관저에 미국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같은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새로운 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일 정부는 방위전략의 무게를 지상군에 뒀던 것을 이번에 해군과 공군 쪽으로 돌렸다.
일 정부가 이번에 향후 5년간 방위력을 정비하기 위해 확정한 예산은 23조4900억 엔(약 320조원). 이는 2005~2009년의 5년간에 비해 7500억 엔 감소한 액수다. 예산은 줄어들지만 기동력 강화에 집중 투입, 실전력은 크게 향상시킬 계획이다. 우선 일본은 열도 전역을 탄도미사일로부터 지키기 위해 상시 2척의 이지스함이 배치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한다. 또한 지대공 유도탄(PAC3) 부대도 기존 3곳 외에 홋카이도(北海道), 도호쿠(東北) 지방, 오키나와(沖<7E04>)현에 추가로 배치, 전국을 방어권에 둘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중국 공군기의 영공 침범에 대비해 오키나와 나하(那覇)기지의 F-15 전투기 부대를 기존의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노후화된 F-4 전투기의 후계기종을 조만간 확정해 5년 이내에 12기를 조달한다. 이와 관련, 일 정부는 내년 초에 미 정부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라이트닝(Lightning)Ⅱ’의 기술정보 공개를 요청할 방침이다.
일 언론들은 “이번 일본의 새로운 방위전략 방향은 미국의 아시아 방위전략 구상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이 새 방위계획대강을 통해 육상자위대를 축소하고 해상·항공자위대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올 2월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를 통해 해군과 공군을 일체적으로 운용하는 ‘JASB(Joint Air Sea Battle)’ 구상을 도입한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 정부는 무기의 수출과 해외 공동개발 및 생산을 사실상 금지한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하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사민당이 “군사대국으로 가선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공동개발이 선진국의 큰 흐름이며 이런 국제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검토한다”는 표현을 넣어 무기수출 3원칙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방위계획대강=일본의 중장기 안전보장 및 방위력의 기본방침과 그에 입각한 자위대의 부대 규모, 전차·전투기·잠수함 등 장비 규모를 정한 문서다. 냉전이 한창이던 1976년 최초로 만들어졌고 95년에 1차 개정이 이뤄졌다. 2차 개정이 이뤄진 2004년 당시 “향후 5년마다 개정한다”고 했으나 지난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숙고가 필요하다”며 발표를 1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