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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미얀마·태국의 청정 여행지 세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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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는 동남아라고 한다. 푸껫·앙코르와트·할롱베이 등. 이곳 외에도 동남아에는 아직 때가 묻지 않은 곳이 많다.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만든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에서는 지난달 새로운 여행 코스 개발을 위한 공모전을 열었다. 60대1의 경쟁을 뚫고 대상을 수상한 김윤배 등 대학생 3명과 함께 이달 초 배낭을 메고 방비엥, 인레 호수, 카오야이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한 사람이 한 곳 씩을 골라 여행 소감을 적어 보냈다. 자연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들로, 배낭족들에게는 반드시 가봐야 할 여행지들이다.

정리=이석희 기자

라오스 방비엥

병풍 같은 산 밑의 강에서 카야킹

밤엔 배낭족과 어울려 젊음 불태워

방비엥에서는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그중 하나인 열기구 체험.

쏭강에 있는 번지점프대.

방비엥에서는 눈과 귀, 입과 몸이 즐겁다. ‘라오스의 소계림’이라고 불리는 빼어난 풍경, 언제든 쏭강에 뛰어들어 즐길 수 있는 갖가지 놀이들, 밤이 되면 강한 비트에 몸을 싣고 맥주 한잔까지…. 프랑스 보호령이었던 방비엥은 ‘프티 프랑스(Petite France)’다. 쏭강변을 따라 늘어선 게스트하우스, 길거리에 넘쳐나는 파란 눈의 배낭족들…. 마치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에 온 듯하다.

 강변 비치 의자에 누워 노을 진 쏭강을 보면 그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아기자기한 산을 끼고 유유히 흐르는 쏭강, 그리고 그 사이 걸린 붉은 노을은 자연이 그려놓은 수채화다. 방비엥에서는 자연이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자연이라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쏭강은 카야킹, 번지점프 등을 즐길 수 있는 자연 테마파크다. 특히 카야킹은 방비엥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포츠다. 현지 가이드가 “우기 때는 물살이 빨라 그 재미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건기인 탓에 ‘그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카약을 타고 30분쯤 내려가면 10여 곳의 번지점프대가 나온다. 10m가 넘는 높이에서 오직 로프 한 가닥을 잡고 타잔처럼 줄타기를 하다 곧바로 쏭강에 몸을 던지면 그 짜릿함에 비명이 절로 나온다. 튜빙 튜어도 재밌다. 튜브를 타고 유유히 쏭강을 따라 떠내려가면서 마시는 맥주 맛, 중간 중간 ‘강변 바’에 들러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드는 것도 쏭강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재미다.

 방비엥은 밤도 매력적이다. 배낭족들의 천국답게 밤거리에는 각국의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젊다’는 이유만으로도 금세 친구가 된다. 파파야 샐러드 등 현지식뿐 아니라 피자 등 유럽의 다양한 먹을거리를 앞에 두고 수다를 떨다 보면 방비엥의 밤은 짧기만 하다. 그래서 방비엥은 배낭족들의 발을 일주일이나 묶어두는가 보다.

■ 여행 정보 | 라오스까지 직항이 없어 태국 등을 거쳐야 한다. 방비엥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차로 약 4시간 떨어져 있다. 교통편이 좋지 않기에 비엔티안에 있는 여행사(www.laokim.com)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반일투어는 약 2만3000원(20달러).

글·사진=김지민(울산대 사회학과 4년)

미얀마 인레 호수

발로 노 젓는 현지인들의 묘기

호숫가엔 200년 된 목조 사원 …

인레호수 중앙에 있는 불교 사원인 빠웅 도 파고다.

인레호수에 사는 소수민족들은 추이쭌묘라는 긴 배를 타고 이동한다.

인레호수 소수민족인 인타족의 어린 아이 모습.

인레 호수로 나를 이끈 것은 한 장의 사진이다. 팔이 아닌 한 발로 노를 젓는 모습, 한편으론 신기했고 생소했지만 ‘왜’라는 의문이 머나먼 미얀마, 인레 호수로 나를 인도했다.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이틀 동안 하노이를 거쳐 양곤, 다시 국내선을 타고 혜호로 이동한 후 한 시간 택시를 달려야만 호수 북동쪽 끄트머리 마을 냥쉐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서 ‘추이쭌묘’라고 불리는 길쭉한 배를 타고 다시 30여 분을 달려가니 사진 속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호수 곳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호수의 아들’ 인타족이다.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인레 호수지만 유독 인타족만이 이 묘기 같은 고기잡이를 한단다. 배의 한쪽 끝에 서서 한 발은 배에 딛고 다른 발로 노를 젓는데 그 의문이 풀렸다. 손으로는 그물이나 얼레처럼 생긴 낚싯대를 잡고 있어야 하기에 발로 노를 젓는 묘기를 부렸다. 삶의 노하우인 셈이다. 기우뚱거리지만 결코 물에 빠지지 않는 이들의 모습이 서커스를 보는 것 같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천을 짜는 방법. 마치 우리 어머니들이 명주를 짤 때와 비슷하다. 단지 누에가 아니라 연꽃 줄기에서 실크를 뽑는 것이 다를 뿐. 연꽃 줄기를 칼로 살짝 가르니 그 속에 거미줄 같은 ‘실’이 들어 있다. 이것을 물레에 돌려 천을 만든다. 미얀마에서 유명한 로터스 실크(Lotus Silk)다.

 이 외에도 호수에는 볼 것이 많다. 응아 페 짜웅(Nga Phe Kyang)이라는 사원이 대표적이다. 1800년께 호수 가장자리에 세워진 목조 사원인데 스님들이 훈련시킨 고양이들이 묘기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래서 점핑 캣(Jumping Cat)사원이라고도 불린다.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수상시장, 인레 호수 인근에 있는 고산 마을인 껄로까지의 트레킹도 배낭족들이 즐겨 한다.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으며 옹기종기 모여드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는 주민들의 표정에서 천진난만함과 따스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인레 호수다.

■ 여행 정보 | 미얀마도 직항이 없다. 인레 호수까지 가는 길도 복잡하다. 양곤에서 혜호까지 국내선을, 인레 호수가 있는 냥쉐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1인당 약 8000원(7달러). 3시간 소요되는 보트투어는 한 대당 약 2만원(18달러).

글·사진=김윤배(경희대 관광경영학부 2년)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

지붕 없는 트럭서 만나는 야생동물

트레킹·래프팅 … 시간 가는 줄 몰라

카오야이국립공원 정문 모습.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야간 사파리’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길들여진 이빨 빠진 호랑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으르렁대는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녁 무렵, 팍총에 도착한 탓에 카오야이 국립공원으로 곧장 향했다. 밤 7시에 출발하는 야간 사파리 시간에 맞추다 보니 저녁도 굶었다. 대신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를 가득 채웠다. 사파리 차부터 달랐다. 버스가 아닌, 지붕이 없는 픽업트럭. 이 차를 타고 손에 잡힐 듯한 별들과 밤잠도 잊은 채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소리들을 친구 삼아 한 시간가량 공원 내 이곳저곳을 누볐다. 안내원인 쿤(Kun)은 “다람쥐·너구리·사슴뿐 아니라 운이 좋으면 코뿔소·호랑이까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불복이지만 그래도 ‘눈에 파란 불빛이 이글거리는 야생 호랑이’를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한순간 긴장이 됐지만 이러한 두근거림 역시 내가 원하던 즐거움이다.

  어둠을 뚫고 공원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쿤이 조정하는 서치라이트 불빛을 따라 분주히 눈을 움직였다. 첫 번째 만난 것은 사슴. 전조등에 깜짝 놀랐지만 어느새 도망도 가지 않고 ‘또 왔니?’라며 그냥 여유자적이다. 두 번째도 사슴. ‘호랑이는 언제쯤?’이라며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역시나 또 사슴. 이날 본 수십 마리의 동물은 거의 사슴류와 새들뿐. 쿤이 “운이 없네. 모두 휴가를 떠난 것 같다”라며 위로의 말을 던졌다.

 카오야이 국립공원은 태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리산국립공원(450㎢)보다 5배나 넓은 공원 내에서는 암벽등반, 사파리, 트레킹, 래프팅, 정글 속 야영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 야속했지만 카오야이 국립공원은 여행자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여유를 선물해 주는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한 곳이었다.

■ 여행 정보 |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져 있다. 대중교통이 좋지 않아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미리 국내에서 여행사(www.naeiltour.co.kr)를 통하는 것이 편리하다. 야간 사파리 약 1만5000원(13달러).

글·사진=조호현(인하대 중국어중국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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